15일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4% 이상 폭락하자 국내 주식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나타난 지난 3월에 이어 또 다시 ‘폭락 공포’에 휩싸였다. 이날을 기점으로 증시에서 ‘유동성 파티’는 막을 내리고 ‘주식발(發) 더블딥(일시 회복 후 다시 침체)’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일시적인 조정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번 증시 급락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와중에 발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22개주에선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는 추세며, 애리조나주와 플로리다주 등에선 최근 하루에 10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도 지난 14일에만 49명의 환자가 나오는 등 ‘2차 유행’ 우려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국에서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 접어들고, 이에 따라 경제활동 재개도 불확실해진 게 증시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대남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면서 한반도가 긴장 상태에 빠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남북 관계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고질적인 리스크”라며 “대북 정세가 최근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면 증시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이후 실물경제 지표는 나날이 악화되는 반면 증시는 활황세를 띠면서, 실물과 주가 간 괴리를 뜻하는 ‘디커플링(Decoupling·비동조화)’ 현상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었다.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분기 대비 1.3% 감소했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만 해도 2132.30을 기록하며 3월 19일 코스피 최저점(1457.64) 대비 46% 가량 오른 상태였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돈 풀기’에 나서고,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증시에 유동성이 몰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디커플링은 국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미국 증시에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히 매우 큰 상황이고 고용 지표 등에 대한 코로나19의 영향은 오래갈 것”이라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미 증시 역시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11일 다우 지수는 6.9%,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5.89%, 5.27% 폭락했지만 다음날 1%대 수준에서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쳤다.
이번 증시 폭락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추세로 이어질 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김태기 교수는 “유동성 공급으로 증시를 띄우는 건 효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안보 문제가 겹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상봉 교수는 그러나 “코로나 이후 풀린 돈이 갈 곳이 없는 건 여전하다”며 “더블딥이라는 전망은 아직 이르고 일시적인 급락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코스피 시장의 거래대금은 18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닥은 12조100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지난달 4일(1조2717억원) 이후 가장 많은 1조2412억원을 순매수했다.
조민아 양민철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