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충남 아산시에 있는 한 운수업체에서 직원이 운행을 멈춘 9.5t 화물 트럭 짐칸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하루 평균 2회 왕복 운행을 했지만, 코로나 이후 일거리가 사라졌다. 화물 기사들은 출근하지 않고 있다. 5t 화물 차량 기준 한 달에 20회 정도 운행하면 월 매출은 1000만원이다. 기름비 37%와 차량 할부비, 지입비, 보험비 등을 뺀 순수익은 400만∼500만원이다. 코로나 이후 운행 건수가 평균 11회로 절반 가까이 줄어 순수익은 200만원 수준이다. 운행이 없어 일을 하지 않더라도 할부비와 지입비, 보험비는 그대로 나가기 때문에 운수업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15일 “정부의 재난지원대책을 존중하지만 운수업을 위한 대책은 어디에도 없다”며 “한시적이라도 리터로 제한된 유가보조금을 올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경북 경주시 소재 운수업체 박모 사장이 코로나 사태 이후 부도난 거래처의 미수금지급청구소장과 서류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거래업체들의 부도로 미수금이 8억8000만원에 달해 직원들의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충남 아산시에 소재한 운수업체 창고에서 한 직원이 부도난 거래처의 자동차 부품을 바라보고 있다. 이 업체로 인한 미수금은 4300만원. 코로나 전에는 자동차 부품으로 가득 찼던 창고가 이제는 부도난 업체의 생산 부품과 2개월 전 베트남에서 수입된 소량의 머플러 부품뿐이다. 창고 직원만 9명이었는데 지금은 1명만 남았다.
지난 11일 대전 신탄진휴게소(경부선 서울 방향) 화물차 주차장이 비어 있다(위쪽 사진). 같은 날 대전의 한 제지공장에 화물 트럭들이 일을 받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24년간 화물 트럭을 몰았다는 한 기사는 “코로나 전에는 제지가 무게도 많이 나가 차도 상하고 기름도 많이 들었다. 제지회사에 배차가 되면 ‘그건 너나 가라’고 했는데, 지금은 ‘네~ 감사합니다’라고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 10일 대전 신탄진휴게소(경부선 서울 방향) 화물차 주차장에서 컨테이너 화물 기사가 장거리 운행을 마치고 운전석 뒤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며 쉬고 있다. 기사는 수익이 예전만 못해 차에서 밥을 지어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와 IMF 사태 때를 비교하며 “그땐 굵고 짧았지만 지금은 조금조금씩 말라 죽이는 거 같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새벽 충북 충주휴게소(경부선 서울 방향) 화물차 주차장에서 잠을 자고 난 운수업자가 출발에 앞서 화물차 앞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울산에서 화물차를 모는 윤모(64)씨가 지난달 22일 트럭에 납품할 짐을 싣고 경북 경주시 토함산 터널을 지나고 있다. 대기업에서 정년 퇴임한 그는 자녀의 결혼 자금을 마련해주려고 집 담보 대출을 받았다. 대출금을 갚으려면 일을 해야 했지만 64세라는 나이는 취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운수업에 뛰어든 윤씨는 차량 매입을 위해 다시 대출을 받았다. 하루에 2~3번 정도 운행하면 한 달 수입은 300만원. 이마저도 코로나 이후 물량이 줄어 하루에 1건이 전부다. 일하지 않더라도 차에 들어가는 고정 지출이 200만원이다. 요즘은 생계 걱정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 그는 “이거라도 해야 밥을 먹고 산다. 하지만 지금은 버티는 것마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암담합니데이… 살아날 희망이 안 보입니더”
박정우(가명) 사장은 30년째 완성 자동차 회사의 협력사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운수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달리려는 운수업자들의 발은 코로나19에 묶였다.
지난달 찾은 천안 아산시에 있는 한 운수업체. 회사는 울산과 경기도 화성에 있는 완성 자동차 회사에 부품을 납품해왔다. 원래대로라면 한창 붐빌 오후 2시지만 회사 공장에서는 사람의 소리도, 기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박 사장은 30여 년간 화물차 기사들과 일했다. 처절했던 IMF도 이겨냈다. ‘코로나’라는 불청객은 상생이 아닌 각자도생의 길을 강요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수출이 반 토막 나고 수요가 줄어들자, 제조사는 생산을 멈췄고 영세한 업체는 문을 닫았다. 여파는 운수업체와 화물차 지입 기사들에게 번졌다.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해도 자동차 부품이 공장을 가득 채웠고, 화물차는 부품을 바쁘게 실어 날랐다. 그러나 지금 운수업체 창고는 텅 비었다. 창고 한편에는 미수금 4300만원의 부도난 제조사 생산 부품과 두 달 전 베트남에서 들여온 부품만이 남아 있었다. 박 사장은 지난달 처음으로 직원 23명의 월급을 제때 주지 못했다. 운송이 없으니 화물차 기사들의 일거리도 줄었다. 한 달 평균 20회 정도 운행하던 것이 11회 수준으로 절반이 줄었다. 운행은 줄었지만 고정 지출은 그대로다. 화물차 기사 대부분이 대출을 받아 차를 구매한다. 운행이 없더라도 차량 할부비와 지입료, 보험료 등 매달 200만∼300만원이 고정적으로 지출된다. 기사들의 이중고는 나날이 커진다. 박 사장은 “현재 8억8000만원의 미수금이 있다”며 “제조업 전체가 힘들다. 물량이 없는데 어쩌겠는가. 버틸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운수업은 자동차 산업구조 생태계의 최하층이다. 완성 공장이 1차 협력사에, 2차 협력사가 다시 3차 협력사에 하청을 준다. 하청이 하청을 만드는 구조다. 그런 하청 제조사로부터 일을 받아 부품을 납품하는 곳이 운수업체다. 운수업체의 현재는 절망적이다. 바이러스가 인간의 가장 약한 곳을 파고들어 잠식하듯, 코로나 이후 산업 구조의 가장 취약한 운수업자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