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다고 안 걸려?’… 코로나19 과대평가할수록 마스크 안 쓴다

입력 2020-06-15 17:0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강하다고 여길수록 손 씻기나 마스크 착용 같은 예방 행위를 소홀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방해봤다 소용없다’며 사실상 자포자기하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기업·환경 스미스스쿨 로버트 한 초빙교수 등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운명주의와 믿음 그리고 행동’ 보고서에서 “개인들은 코로나19의 감염성이 강하다고 믿을수록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이행하려는 경향이 약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지난 3월 말 미국인과 영국인 361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뒤 결과를 분석했다.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을 믿는 사람이 한 명 늘어날수록 사람 만나기를 피하겠다는 응답은 0.5% 포인트 감소했다. 이때 손을 자주 씻겠다는 응답은 0.26% 포인트 줄었다.

코로나19의 감염성을 높게 추정하는 이들은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하더라도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인식했다. 예방 효과가 작다고 보기 때문에 조치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구진은 “코로나19의 감염성에 대한 과장된 믿음은 (손 씻기나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최선의 행동 양식을 덜 따르게 한다”며 이 현상을 ‘운명주의 효과’라고 지칭했다.

설문 참가자들은 바이러스의 전염성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1명을 통한 추가 감염자 수를 1~6명을 보는 데 비해 일반 개인은 평균 28명이 감염될 수 있다고 여겼다. 연구진은 “이 결과는 개인들이 광범위한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는, 통제할 수 없는 낯선 위험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전 연구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운명주의가 개인과 사회의 건강상태를 악화해 큰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어떻게 하더라도 감염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손 씻기나 마스크 착용을 덜 하게 함으로써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질환에 더 취약해지게 만든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확진자 한 명이 감염시킬 수 있으리라고 믿는 인원이 8명 늘어나면 손 씻기 감소만으로도 27억 달러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예를 들어 감염 예상 인원이 18명에서 10명으로 줄어들면 27억 달러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우리 연구는 정책 입안자들이 위기의 심각성을 전달하면서도 운명주의 효과를 유발하지 않는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그 선을 정확히 밟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은 향후 연구에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