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2차 유행’ 우려에 ‘대북 리스크’까지 겹치며 15일 국내 주식시장이 ‘더블딥(Double Dip·이중 침체 현상) 공포’에 휩싸였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셀트리온, 네이버 등 국내 주요 제조업과 바이오, 정보기술(IT) 기업을 가리지 않고 팔아 치우면서 코스피 지수가 5% 가까이 급락하는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가 석 달여 만에 재현됐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1.48 포인트(4.76%) 내린 2030.82로 마감하며 2000선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 3월 23일(-5.34%)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는 무려 52.91 포인트(7.09%) 폭락한 693.15에 거래를 마쳤다. 서킷 브레이커(매매 일시정지)가 발동됐던 지난 3월 19일(-11.70%)을 연상케 할 만큼 큰 낙폭이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급속히 커진 데다, 북한과 관련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며 투자 심리가 악화된 탓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1조원이 넘는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장중 0%대 하락세로 출발했던 코스피는 오후 2시쯤 2100선이 무너지며 급작스럽게 미끄러졌다. 이날 외국인은 4785억원어치를, 기관은 764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 투자자들이 1조2412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사자’에 나섰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도 외국인(1382억원)과 기관(1345억원)의 ‘쌍끌이 매도’ 속에 지난 5월 19일(696.36) 이후 한 달여 만에 700선이 무너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2원 급등하며 1216.0원까지 상승했다.
‘코로나 재유행’ 공포로 아시아 국가 증시도 크게 흔들렸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3.47% 내린 2만1530.95에 마감하며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1.02%, 2.26% 내렸다.
그동안 ‘유동성’을 등에 업고 실물 경기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는 경기 회복 속도 등에 주목하며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을 무시한 채 ‘V자’형 강세를 보여 왔다”며 “펀더멘탈과의 간격을 줄이기 위한 매물이 나오며 한동안 증시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