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채널A 이모 기자가 기소 여부와 관련한 판단을 전문수사자문단에서 심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기자 측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측이 신청했던 검찰수사심의위 단계를 밟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 기자 측 변호인은 15일 전날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문수사자문단은 중요 사건의 기소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직접 소집하는 자문기구다. 현직 검사, 대학교수 등의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다.
전문수사자문단도 검찰수사심의위와 같이 기소 여부 등의 의견을 낼 수 있다. 다만 두 절차 모두 강제력은 없다. 수사심의위에 언론계, 시민단체 등의 인사도 포함되는 반면 전문수사자문단은 검사와 교수 등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다는 차이가 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은 김우현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의 기소 여부와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 의견을 들은 바 있다.
이 기자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자유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언론 자유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와 관련한 중요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기자와 만났던 제보자 지모씨는 취재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는데 ‘협박’에 겁을 먹은 사람의 태도로는 도저히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리적으로 죄가 성립 되지 않는데 검찰이 균형있고 절제된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기자 측 변호인은 “현재 수사팀의 결론을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며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가진 다수의 검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수사자문단의 공정한 판단을 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수사자문단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소집하지 않을 경우 사건관계인이 별도로 신청할 수 있는 절차는 없다. 이 기자 측은 전문수사자문단이 소집되지 않을 경우 검찰수사심의위도 신청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변호인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한 이유는 검사 등 법률전문가가 판단하면 수사의 절차적 문제점에 대해 공감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채널A에 휴대전화 2대를 제출했는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채널A 관계자를 서울시내 호텔에서 만나 휴대전화를 넘겨받는 식으로 압수했다. 이 기자 측은 호텔에서 위법한 압수수색이 벌어졌는데 압수물을 반환하지 않은 채 그대로 포렌식 절차를 진행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이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한 이후 피의자들이 수사심의위 및 전문수사자문단 등의 절차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런 절차를 많은 피의자들이 사용하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검찰 수사와 진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허경구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