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차 대유행 공포가 전 세계에 엄습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바이러스와의 첫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자축했다. 하지만 승리 선포 당일 프랑스 전역서 400명을 웃도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섣부른 축포라는 반론도 여전하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과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도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바이러스에 대한 첫 번째 승리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부터는 우리가 겪은 위기의 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의 승리 선포에 따라 수도 파리를 포함한 프랑스 본토 전역은 15일부터 녹색 안전지역으로 지정된다. 이로써 카페와 음식점 등의 전면적인 영업이 가능해졌다. 그간 다른 지역에 비해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했던 파리 등 수도권 지역은 코로나19 주황색 경계지역으로 지정돼 야외 테이블 영업만 허용돼 왔다. 지난 3월부터 금지돼온 노인 요양원 방문 및 면회도 15일부터 가능해진다. 오는 22일부터는 고등학교를 제외한 프랑스 내 모든 학교에서 등교가 재개된다.
프랑스 정부는 15일 자정을 기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국경을 개방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음 달 1일부터는 다른 대륙에서 온 여행객들의 입국도 허용된다. 바이러스 확산 경로가 될 수 있어 대규모 모임에 대한 통제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나 사실상 국가 정상화 절차를 개시한 것이다. 당초 계획했던 봉쇄 해제 시점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다.
프랑스 뿐만 아니라 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국가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주지사들과의 화상회의에서 21일부터 EU 회원국들에 국경을 개방하고, 다음 달 1일부터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입국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독일 벨기에 크로아티아 스위스도 15일부터 국경을 완전 개방하고, 교통경찰이나 공무원들이 집행하던 코로나19 관련 규제들도 해제하기로로 했다.
지난 3월 23일부터 슈퍼마켓과 약국 등 필수 영업장을 제외한 모든 가게의 영업을 중단시켰던 영국 정부는 2m 거리두기 규정을 준수한다는 전제 하에 15일부터 잉글랜드 지역 모든 비필수 영업장의 영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경제활동 재개 등 국가 정상화를 서두르는 유럽 국가들의 행보가 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르몽드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에서는 407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틀 전 700명대 신규 확진자가 나온 데 비해 줄어든 것이나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담당국장인 한스 클루게 박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여전히 매우 활발한 팬데믹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확진자 추적 시스템이 효과적이라고 증명될 때까지 더 이상 봉쇄 조치를 해제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