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 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절의 영향을 받아 사그라들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폭염 때문에 방역 수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상황에 대해 더 큰 우려를 보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6~8월) 평균기온은 평년(23.6도)보다 0.5~1.5도, 지난해(24.1도)보다 0.5~1도 높을 전망이다.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을 기록하는 폭염일수도 20~25일로 평년(9.8일)과 작년(13.3일)보다 많을 것으로 예보됐다. 열대야일수도 12~17일에 이를 전망이다.
올 여름 무더위가 코로나19 사태를 헤쳐나가는 데 ‘구원자’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일반적으로 기온과 습도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호흡기 바이러스가 더운 온도, 높은 습도 하에서 증식하기 불리한 건 사실”이라며 “최근 수도권 내 코로나19 확산 추이가 아직 폭발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은 계절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날이 더워지면서 추운 겨울에 비해 해변이나 산 등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사람들 간 거리두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요인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이 계절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코로나19는 우리나라보다 더운 남미, 중동 지역에서도 확산 중”이라며 “날씨가 더워지면서 코로나 확산이 잠잠해질 거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더위로 손 위생이나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지침이 느슨해지면 폭염이 ‘암살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 교수는 폭염을 피해 카페, 식당, 무더위 쉼터 등에 사람들이 모이는 상황이 예상된다며 “밀폐·밀접·밀집의 이른바 ‘3밀’ 조건을 피하고 다중이용시설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내 에어컨이나 선풍기의 바람도 주의 요인이다. 밀집된 공간 내 감염자가 있을 때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으로 인해 비말이 날아갈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밀집된 공간이라면 환기를 자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름철 온열질환에 코로나19가 겹치면서 공중보건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탈수나 고온, 정신 혼미 등 온열질환의 증상이 코로나19 증상과 유사해 자칫 역학조사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며 “건강 취약계층인 노인들이 코로나19와 폭염에 한꺼번에 노출돼 위험한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거리두기가 약화되면 여름철에도 코로나19의 ‘2차 재유행’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전까지는 비말을 통한 사람 간의 감염을 차단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며 “계절에 상관 없이 강력한 거리두기로 확산세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