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쇼맨십 정치, 오히려 역효과”…美 CNN 혹평

입력 2020-06-15 16: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뉴욕의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졸업 연설을 강행했다. 이날 트럼프는 물컵을 두손으로 받쳐 마시고, 경사로를 비틀거리며 내려오는 등 건강이상설에 휩싸였다.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과감한 쇼맨십이 오히려 많은 미국인의 반발을 부르고 본인의 재선가능성도 낮추고 있다는 미국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CNN은 15일(현지시간) “대통령은 (방송국 PD처럼) 스스로를 반항적, 탈기득권적, 기본 예절을 짓밟는 독특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한다”며 “하지만 최근들어 정치적 쇼맨십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CNN이 트럼프의 쇼맨십 실패의 근거로 대표적인 세 가지 장면을 꼽았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13일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서의 축하 연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안전 우려에도 미 육사의 졸업식 참석을 강행했다.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뉴욕에 위치한 미 육사는 그간 안전 차원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왔다. 현지에서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을 과시하려고 생도들을 감염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건강이상설’에도 휩싸였다. 그는 행사 다음날 74번째 생일을 맞이해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갱신했는데, 공교롭게도 당일 연단을 내려오면서 다리를 심하게 절었다. 건강 우려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경사로가 몹시 가파르고 미끄러워서 그랬다”며 “막바지에 크게 넘어져서 가짜뉴스 놀림감이나 되어볼까 싶었다”고 트위터에서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뒤 힘겹게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더 가디언 캡처.

CNN은 “트럼프와 그의 선거캠프는 그간 정적인 조 바이든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병약하다고 깎아내렸다”면서 “자신의 트위터로 변명하지만 건강이상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예배에 참석해 ‘대통령의 교회’로 알려진 워싱턴 세인트 존스 교회 방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세인트 존스 교회를 방문했는데, 그 과정에서 흑인 인권시위를 무리하게 진압하면서 군 수뇌부 및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인종문제에 대한 국가적인 화해를 모색하기보다는 자신의 권위적인 이미지를 앞세운다”면서 “백악관 주변의 높은 철책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변화와 대통령의 단절을 상징한다”고 혹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밖으로 걸어나와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인근의 세인트 존스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들고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패착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무릎꿇기’를 둘러싼 스포츠 업계와의 충돌이다. 미 내셔널풋볼리그(NFL)가 국가의례 중 선수들의 무릎꿇기를 지지한다고 5일 공식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내가 두눈 뜨고 있는데 그렇게는 안 된다”고 적었다.

CNN은 리그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무릎꿇기에 동참하는 선수들은 늘어날 것이며 트럼프의 선택은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AFP 연합뉴스)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미로 무릎을 꿇은 NFL 선수들(오른쪽, EPA 연합뉴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인 퍼포먼스를 기존의 정치인들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며 “무모한 국정 운영으로 중앙 무대에서 반정부 정서를 부르고 있다”고 총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다. CNN은 “대통령이 뻔뻔한 쇼맨십으로 본인 지지자들과 중도층을 결집시켜 승리할 것인지, 그보다 많은 유권자들의 반대표를 받을 것인지가 11월 대선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