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에 뿔난 라임 피해자들 “시금고 20년 독점 깨져야”

입력 2020-06-15 15:55
부산은행이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피해자들이 지난 12일 문현동 부산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부산은행 라임펀드 피해자연대 제공

BNK부산은행이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피해자들이 “부산은행이 시금고로 재선정돼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산은행은 약 20년째 부산시 주금고(1금고) 은행을 맡아 온 지역 대표 은행이다. 피해자들의 주장이 오는 9월 예정된 시금고 재선정 결과에 영향을 줄지 주목되고 있다.

부산은행 라임펀드 피해자연대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지난 12일 문현동 부산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부산은행의 부산시금고 입찰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에는 부산 지역에 거주하는 피해자 12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피해자연대는 지난 10일 부산시의회에도 ‘불완전판매를 한 금융회사의 시금고 입찰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진정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연대는 향후 부산시에도 진정서를 낼 계획이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지난해말 기준 라임 펀드를 527억원어치(227계좌) 판매했다. 은행권 중에서는 판매액 기준으로 우리은행(3577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하나은행(871억원)에 이어 가장 많다. 금융감독원은 우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고, 다른 은행 8곳에는 불완전판매 여부를 자체 점검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피해자연대 측은 평생 부산에 살며 부산은행만 거래해왔는데 은행 측이 고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봤다고 지적했다. 70대 아버지가 라임 펀드에 1억원을 투자했다는 문모씨는 “부산은행은 20년간 시금고를 독점했고 그에 따라 급성장했다”며 “시금고에서 배제하고 조직의 자정, 자구노력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했던 또 다른 피해자는 “부산은행이 시금고에 재지정될 경우 은행 업무차 방문하게 될 평범한 부산시민들에게도 제2, 제3의 라임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주금고의 예치금액은 10조원을 넘는다. 안정적인 영업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은행은 물론이고 다른 시중은행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부산은행은 공개경쟁 입찰이 도입된 2001년 이후 주금고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시금고 입찰에서 은행들은 부산시 주금고와 부금고(2금고)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 기존에는 동시지원이 안 됐기 때문에 부산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은 부금고 입찰에 집중해왔다. 조례 개정으로 동시지원이 가능해지면서 기존 부금고 사업자인 KB국민은행을 비롯해 NH농협은행, 우리은행 등도 주금고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은행이 20년간 이어져온 주금고 사업권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금고 입찰 사업자 배점에는 ‘금융기관의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전성’ ‘부산시에 대한 예금 및 대출금리’ ‘시민의 이용 편의성’ 등이 반영된다. 부산시는 이달 금고 지정 공고와 설명회를 열고 오는 9월 시금고 재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시금고 사업자는 4년마다 재선정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