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집단 감염 발생지인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 인근에 취한 주택단지 봉쇄와 학교 수업 중단 조치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됐다.
중국 지방정부들도 베이징내 고위험 지역 방문자들에게 14일 격리를 요구하는 등 새로운 코로나19 진원지로 떠오른 베이징에 대해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
15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중국 내에서 49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본토 신규 확진자는 베이징과 허베이성에서 각각 36명과 3명 등 39명이 나왔고, 해외 역유입 사례가 10명이었다.
특히 베이징 펑타이구의 신파디 시장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확산하고 있어 우려된다.
베이징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11일 1명을 시작으로 12일 6명, 13일 36명에 이어 14일에도 36명이 추가돼 총 79명에 달했다. 확진자 외에 무증상 감염자도 6명 나왔다. 허베이성의 신규 확진자 3명과 무증상 감염자 1명 등 4명은 신파디 시장 상인 가족이었다.
베이징시는 전날 핵산 검사를 한 7만6499명 가운데 59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신파디 시장 안의 종사자 8950명의 검체를 채취했고, 이 중 핵산 검사를 마친 6075명은 코로나19 음성이 나왔다. 신파디 시장 주변 11개 단지 주민 4만1510명의 검체를 채취한 가운데 검사를 마친 6284명은 음성이었다.
베이징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경로가 불분명하지만, 확진자 대부분이 신파디 시장과 관련 있는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시장과 주변의 11개 아파트 단지를 봉쇄하고 펑타이구 부구청장을 면직 처분하는 등 강력한 조치에 돌입했다.
베이징시는 또 신파디 시장 관련 확진자가 나온 하이뎬구 위취안 시장 주변 10개 주택단지에 대해 이날부터 봉쇄식 관리에 들어갔다. 해당 주택단지 주민은 자가격리를 하고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위취안 시장 근처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졸업생을 제외한 모든 학년 등교가 중단됐다.
베이징과 톈진, 광둥성, 허난성, 간쑤성 등 5개 성·시는 베이징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함에 따라 대대적인 식품 안전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쑨춘란 국무원 부총리는 전날 국무원 코로나19 방역체계 회의에서 “과감한 조치로 베이징 집단감염 확산을 막겠다”면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신파디 도매시장은 시장은 사람이 밀집하고, 유동 인구가 많아 감염 확산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베이징발 코로나19 2차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홍콩대 벤 카울링 교수는 새롭게 나타난 집단 감염에 대해 “이는 베이징에서 코로나19 2차 파동의 시작되는 것이라고 본다”며 “분명히 베이징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감염자가 많이 있을 것”이라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밝혔다.
보건 전문가인 지아핑은 “이제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는 ‘뉴 노멀’(New Normal)이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지방 정부도 베이징발 코로나19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산둥과 쓰촨, 윈난, 네이멍구, 신장 등의 지방 정부는 최근 14일 동안 베이징 내 고위험 지역을 방문한 사람에게 14일 격리를 명령했다.
허베이, 톈진, 랴오닝, 장쑤, 산시, 헤이룽장 등의 여러 지방 정부는 베이징 방문 자제를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중국 민항국은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출발해 중국 광저우에 도착한 중국 남방항공 항공편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하자 해당 항공편의 운항을 4주간 중단시켰다.
중국 민항국은 전날 웹사이트에 이런 조치를 발표했다. 항공편 중단 조치는 중국이 국제선 항공편의 상벌제를 도입한 이후 첫 사례다.
민항국은 지난 8일부터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에서 승객 5명 이상이 양성 판정을 받으면 1주일간, 양성 판정 승객이 10명 이상이면 4주간 운항을 중단토록 하는 벌칙을 도입했다. 반면 전체 승객이 3주 연속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으면 운항 횟수를 주 2회로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