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 파탄인데…통일부가 안 보인다

입력 2020-06-15 15:03 수정 2020-06-15 15:21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북한 문제를 총괄하는 통일부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학자 출신인 김연철 장관이 수장을 맡은 뒤로 통일부가 적극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통일부는 1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현 (남북관계)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고 남과 북은 남북 간의 모든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의 입장은 전날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 후 발표된 정부의 입장 발표와 동일하다.

정부는 지난 4일 김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다섯 차례나 지속된 대남 비난에도 직접적인 대응을 삼가며 일정 거리를 유지해왔다. 특히 군 통신선 단절 등 북한이 남북 간 연락채널을 모두 끊었을 때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북한의 속내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상황 타개를 위해 통일부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북한은 오랜기간 접촉한 사람을 신뢰한다. 아직도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찾는다”며 “통일부가 청와대의 그늘에 숨어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 전 실장은 과감하고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끊임없이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그 결과 지난해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이어진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나면서 북한은 우리 정부를 제치고 미국과 직접 비핵화와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최근 북한이 대남 비판 수위를 높인 것도 대북전단에 반발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결국은 남북 간 소통 부족을 비판하는 차원 아니냐는 게 외교가의 진단이다. 평소 남북 관계를 긴밀히 유지했어야 할 통일부가 소극적인 행정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 대해 “축사만 다닐일이 아니다. 통일부가 일이 없고, 존재감이 없다”며 “통일부가 이럴 때가 아니다. 일을 저질러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년간 북한과 접촉해 그들의 속내를 아는 청와대 인사가 통일부에 적극적인 역할을 맡기고, 주문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 가을 김연철 장관은 ‘실력을 발휘할 상황이 되면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지금이 바로 그 상황”이라며 “청와대에 대북 특사를 건의하거나 물밑 연락망을 제대로 운용해야 하는데 제대로 되고 있는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