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리며 쓰러진 백인을 본 흑인은 그를 들어 올렸다

입력 2020-06-15 15:00
흑인 남성 패트릭 허치슨이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서 부상당한 백인을 어깨에 메고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흑인과 백인의 대결이 아니라 우리 모두와 인종차별주의자 간의 대결입니다. 우리는 서로 등을 맞대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보호했습니다.”

런던에서 개인 트레이너로 일하는 흑인 남성 패트릭 허치슨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부상을 입은 백인 남성을 어깨에 메고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사진과 함께 이 같은 글을 올렸다.

허치슨이 공개한 해당 사진에는 1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인종차별 항의 시위 모습이 담겼다. 이날 런던 도심에서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와 이들에 맞서는 극우주의자들 시위가 각각 열렸다.

집회 장소는 떨어져 있었지만, 양측 시위대 중 일부는 트래펄가 광장 인근에서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극우주의자로 추정되는 한 백인 남성이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졌다. 이때 한 흑인 남성이 그를 많은 인파가 몰린 시위대 속에서 들쳐메고 나와 경찰들이 있는 곳까지 안전하게 옮겼다.

이 모습이 로이터 통신 사진을 통해 알려지면서, 영국에서 큰 화제를 불렀다. 이후 신원이 밝혀진 허치슨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목숨이 위협에 처해있어 어깨에 들쳐메고 경찰 쪽으로 걸어갔다”면서 “내가 구한 그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단지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백인 남성을 구하는 자신의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린 패트릭 허치슨. 패트릭 허치슨 인스타그램 캡처

그러면서 그는 전 세계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불러온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관련해 미국 전 경찰관 데릭 쇼빈 등 3명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허치슨은 “조지 플로이드 곁에 있던 다른 세 명의 경찰관들이 내가 했던 것처럼 개입을 생각했더라면 플로이드는 지금 살아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전날 시위에 다른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밝혔다.

허치슨은 “거기에 갈 계획은 없었다. 집에서 손녀들을 돌보고 있었는데 친구가 전화해 우리가 그곳에 가서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하고, 젊은 친구들이 곤경에 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