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엔 강하고 北엔 약한 정부…어쩌나

입력 2020-06-15 14:37 수정 2020-06-15 14:40

외교부가 15일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했다.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을 대중에게 소개하면서 한국인 강제징용 역사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항의하는 차원이다. 정부가 일본의 잘못에 적극 대응하는 건 긍정적이지만, 막말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도 비슷한 차원의 반응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오후 1시52분쯤 외교부 청사로 주한일본대사를 불렀다. 이 차관은 도쿄도 신주쿠 구 소재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 있는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역사를 왜곡한 전시가 포함된 것에 유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로 강제노역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후속 조치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일본대사 초치 이후 입장을 내고 “우리 정부는 일본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 내용에 2015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와 일본이 약속한 후속조치가 전혀 이행되지 않은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후속조치로서 일본 스스로 인정한 수많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동 센터에서는 그러한 약속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역사적 사실을 완전히 왜곡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이 한국과 국제사회에 약속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권고한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다시 한 번 엄중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정보센터는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의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 23곳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하시마(군함도) 탄광 등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 7곳도 포함됐다.

일본은 당시 등재 과정에서 논란이 일자 일부 시설에서 한국인과 기타 국민이 자기 의사에 반하게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고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일반에 공개된 정보센터는 일본의 산업화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으며, 강제징용 피해 자체를 부정하는 증언과 자료를 전시하는 등 당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일본의 만행에 대해 선제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가 일본 뿐 아니라 북한에도 강경한 입장을 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4일 “북한이 현 정권 초반 거의 매일같이 무력시위를 했던 때도 있었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남북은 모든 합의를 준수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청와대는 평양 옥류관 주방장의 ‘거친 입’까지 동원한 북한의 원색적 비난전에도 일절 대응을 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북한 장금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이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가 산산조각이 났다”고 했을 때도 침묵을 유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차원의 공식 대북 경고를 발표하고, 전군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해야 한다. 국방부나 통일부의 밋밋한 성명과 논평으로 대처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