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던 근로자 38명이 숨진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 참사는 지하 2층에서의 산소용접 작업이 화재 발생의 원인이었다.
공기 단축을 위해 많은 인력을 투입한 병행작업 등 공정 전반의 안전관리 수칙 미준수 등이 큰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5일 이천경찰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 발생 48일 만이다.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공사장 지하 2층에서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용접 작업이 이뤄지던 중 발생한 불티가 가연성 소재인 건물 천장의 벽면 우레탄폼에 튀어 불길이 치솟은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며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일시에 많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작업하게 함으로써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소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7개 기관과 4차례에 걸쳐 진행한 합동 감식 등을 통해 이번 화재가 공사 현장 지하 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근로자 A씨가 유니트쿨러(실내기) 배관에 대한 산소용접 작업을 진행하던 중 발생한 불티가 천장의 벽면 속에 도포돼 있던 우레탄폼에 붙어 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A씨가 작업하던 실내기 주변이 상대적으로 심하게 탄 점, 근처에서 발견된 용접에 쓰이는 산소용기와 LP가스용기의 밸브가 열려있던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불길이 갑자기 치솟은 원인으로는 불이 처음에는 연기가 발생하지 않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무염연소 형태로 진행되며 천장과 벽면의 우레탄폼을 타고 확산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로자는 용접작업을 할 때 방화포와 불꽃·불티 비산방지 덮개 설치 등의 조처를 해야 하고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나 이러한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또 화재 감시인은 당시 작업 현장을 벗어나 있었으며 관리·감독자들은 화재 위험 작업 전 안전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이처럼 이번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컸던 원인 중 하나로 총체적인 안전관리 소홀이 지목되는 대목이다.
화재 당일에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계획보다 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가 많았던 지상 2층의 경우 조리실 내부 주방 덕트와 소방배관 작업에 12명이 투입됐다가 모두 사망했다.
5월 초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던 엘리베이터 작업도 화재 발생 하루 전인 4월 28일부터 시작됐고 이 작업에 투입됐던 3명은 모두 숨졌다.
공사 편의를 위해 현장 곳곳에서 이뤄진 안전을 도외시한 행위들도 인명피해를 키웠다.
공사 현장의 유해위험방지계획서에는 지하 2층에서 화재 등 위험 발생 시 기계실로 통하는 방화문을 거쳐 외부로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화재 당시에는 결로현상 방지를 목적으로 방화문 설치 공간을 벽돌로 쌓아 폐쇄했다.
이로 인해 지하 2층에서 숨진 4명은 폐쇄된 방화문 때문에 대피를 못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상 1층부터 옥상까지 연결된 옥외 철제 비상계단도 설계와 달리 외장이 패널로 마감돼 지하 2층에서부터 시작된 화염과 연기의 확산 통로가 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임직원 5명과 시공사인 건우 임직원 9명, 감리단 6명, 협력업체 4명 등 24명을 입건해 발주처 1명, 시공사 3명, 감리단 2명, 협력업체 3명 등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는 지난 4월 29일 오후 1시32분쯤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천=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