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동측갯벌 흰방농게 조사결과 14만마리 발견

입력 2020-06-15 13:13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 흰발농게 서식현장. 인천녹색연합 제공


인천녹색연합,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해양동물학실험실, 생명다양성재단이 영종도 동측 갯벌의 흰발농게 서식현황을 조사한 결과 약 14만 마리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인천경기만 지역의 흰발농게 최대서식지이다.

이에 따라 영종도 동측과 준설토투기장 사이 갯벌을 매립하는 영종2지구 갯벌매립계획을 백지화하고,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조사단은 지난 4월 27일부터 6월 7일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진행된 조사는 개체수 확인을 위한 방형구 조사(가로 1m, 세로 1m)도 병행했다. 필드스코프와 쌍안경을 이용해 흰발농게가 서식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확인된 일부 지역에 방형구를 설치해 개체수를 확인했다.

올해 흰발농게 서식지로 새롭게 확인된 4지점 중 3지점에서 방형구 19개를 설치해 조사한 결과 8,465㎡면적에 8만5542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조사한 지점 외에 2018년에 조사한 1만4115㎡ 면적에서 5만4561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한 내용을 합하면 총 2만2580㎡ 면적의 갯벌에서 약 14만103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2018년 4월 작성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흰발농게 서식여부는 기록되지 않았고, 같은 해 7월 말, 인천녹색연합에 의해 흰발농게 서식이 처음 확인됐으나 후보시절부터 갯벌의 중요성을 언급해 온 박남춘 시장은 갯벌매립계획을 여전히 철회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8일 인천시의회에서 진행된 시정질의에서 박남춘 시장은 영종2지구 사업에 대해 “현 시점에서 사업이 시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측은 갯벌매립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조사를 진행한 인하대학교 김태원 교수는 “이번 조사는 짧은 시간에 최소한의 개체수만 산정한 것이라 실제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흰발농게가 서식할 수 있다”며 “세계자연유산보다 더 가치가 높은 갯벌 매립을 진행하면서 그린뉴딜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생명다양성재단 김산하 박사는 “멸종위기종이 계속해서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그들의 서식지가 계속해서 파괴되기 때문”이라며 “국가가 법에 의해 지정한 법적 보호종조차 개발 사업에 묻히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변화의 교훈은 기존의 반자연적, 반생명적, 반생태적 개발 관성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7년 해양수산부는 흰발농게 주요 서식지인 안산 대부도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으며, 2019년 환경부는 변산반도국립공원에서 흰발농게가 확인된 지역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물다양성 증진과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으나 인천광역시는 여전히 갯벌을 매립하는 땅투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분석이다.

조사단은 흰발농게 대규모 서식지이자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갈매기 등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그리고 인천시조인 두루미의 도래지, 강화갯벌과 영종갯벌을 이어주는 주요 갯골이 위치하는 영종도동측갯벌 매립계획을 백지화하고, 보호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녹색연합은 5월 12일부터 인천시청에서 시민들과 영종도갯벌매립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릴레이1인시위를 진행중이다.

이 단체는 또 영종도갯벌에 방치되고 있는 불법칠게잡이어구를 수거하고 청소년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영종도갯벌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