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6·한자두’ 서울, 상주 원정 3일 뒤 울산까지 ‘첩첩산중’

입력 2020-06-15 13:04
0대 6.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K리그1 FC 서울이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 6월 들어 치른 두 경기에서 10골을 실점하는 동안 1골 밖에 넣지 못했다. 어느덧 3연패. 팀 순위도 강등권이 머지않은 9위(승점 6·2승 4패)로 쳐졌다. K리그1 대표 명장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리그 대표 명문 팀의 성적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다.

0대 6. 서울이 14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 FC와의 6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르고 난 뒤 받은 스코어는 심각했다. 서울은 전방의 김대원-세징야, 측면의 정승원-황순민이 이끄는 대구의 빠른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후반 중반까지 유효슈팅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했다.

반면 대구는 창단 후 한 경기 최다 골차 승리 기록을 세웠다. 이전까진 2014년 11월 강원 FC를 6대 1로 꺾은 게 최고 기록이었다. 성적도 8위에서 5위(승점9·2승3무1패)로 뛰어올랐다. 김대원(2골) 세징야(1골) 데얀(1골)까지 공격진들이 골고루 골 맛을 본 건 덤이었다.

서울은 경기 뒤 구단의 각종 불명예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팀 역대 최다 점수 차 패배 기록(1987년·1997년 1대 7 패)은 23년 만에 다시 쓰였다. 전반 40분 박주영, 후반 18분 정현철이 자책골을 넣으면서 2013년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K리그1에서 처음으로 ‘한자두(한 경기 자책골 2번)’를 기록한 팀이 됐다.

서울은 지난달 ‘리얼돌 사태’ 이후 치른 첫 경기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2대 1로 승리하며 가라앉을 뻔한 분위기를 반전시킨 바 있다. 하지만 그 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성남 FC에 0대 1로 패하고 전북 현대에 1대 4, 이날 대구에 0대 6으로 대패하며 3연패 수렁에 빠져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았다. 최 감독도 대구전이 끝난 뒤 “팬들에게 이런 대패를 보여드려 죄송하다”며 “할 말이 없는 경기였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고심하는 최용수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문제는 서울에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분위기를 반전시킬 동력이 있느냐다. 이날 경기에서 대구의 패스는 효율적으로 전방까지 이어졌고, 공격진은 활발한 몸놀림으로 이를 슈팅까지 마무리했다. 반면 서울의 패스는 주로 김주성-김남춘-강상희 등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정현철 사이에서만 주로 돌았다. 헐거워진 공격진의 뎁스 탓에 공격 시 볼 간수가 되지 않아서다.

서울 공격진은 힘을 잃은 상태다. 외인 페시치는 계약 문제와 부상이 겹쳐 장기 결장 중이다. 성실히 뛰며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던 박동진은 입대했다. 겨울에 데려온 아드리아노는 과거 K리그를 호령했던 몸 상태가 아니다. 조영욱도 팀 공격을 이끌기엔 아직 부족하다. 현 공격진 중 1골이라도 넣은 선수는 베테랑 박주영이 유일할 정도다. 최 감독도 경기 뒤 “대량실점보다 무득점이 아쉽다”며 “볼이 전방에 투입됐을 때 쉽게 볼 관리가 안돼 상대에 역습을 내준다”며 문제를 앞선에서 찾았다.

주축들의 부상도 서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오스마르와 황현수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한찬희와 고요한도 몸 상태가 완전치 않다. 주세종도 폼이 하락한 상태다. 최 감독은 이날 강상희와 양유민 등 올 시즌 영입한 신인 선수들을 활용하며 공백을 메워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최 감독도 운용의 묘를 부려 난국을 타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이 위기를 극복하고 ‘강팀’의 향기를 다시 풍길 수 있을까. 당장 앞으로 두 경기가 쉽지 않다. 서울은 17일 상주 상무와의 주중 원정 경기를 치른 단 3일 뒤 울산 현대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상주전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연패는 5경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서울은 최다실점(15실점) 팀이고, 울산은 최다득점(14득점) 팀이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 ‘2강’ 전북-울산을 위협하던 서울의 그래도 탄탄했던 경기력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