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살해 후 나무 매달린 8개월 임부…들끓는 남아공

입력 2020-06-15 11:46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 한 식량 배급소에서 사람들이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줄을 서 있다. EPA연합뉴스

남아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두 달간 금지했던 주류 판매를 재개하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과 살인이 급증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를 두고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국가적 수치“라며 ”여성에 대한 폭력 급증이 남아공에 어둡고 부끄러운 한 주를 안겨주었다”라고 말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무방비 상태의 여성들이 살해당하는 것은 비양심적 야만성과 인간성 결여를 드러낸 것”이라며 “남아공이 코로나19라는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 폭력적인 남성들이 규제 완화를 빌미로 여성과 아이들을 공격하는 것은 혐오스러운 일이다”라고 전했다.

남아공에서는 지난 한 주 동안 곳곳에서 여성 피해자가 속출했다. 임신 8개월째인 여성 1명을 포함해 여러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됐으며, 그중 1명은 흉기에 찔려 나무에 매달린 채 발견됐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성별에 기반을 둔 폭력을 둘러싼 침묵의 문화는 종식돼야 한다”며 “이러한 문화는 침묵의 풍토에서 번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이 개인적 혹은 가족의 문제라고 믿어 침묵하기에 가장 음흉한 범죄에 연루되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남아공 여성 중 51%가 면식범인 누군가에 의해 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4일(현지시간)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요하네스버그 NASREC 엑스포 센터에 방문했다. AP연합뉴스

라마포사 대통령은 최근 살해된 여성 희생자 3명의 이름을 언급하며 잔혹성을 힐난했다. SNS에서는 희생자 3명 중 2명인 체고파초 풀레와 날레디 팡긴다워를 위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임신 8개월이던 체고파초 풀레는 지난 8일(현지시간) 요하네스버그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됐다. 이후 그는 나무에 매달린 채 발견됐다. 아직까지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날레디 팡긴다워(25)는 지난 6일 모셀만의 한 항구도시에서 동거남의 칼에 찔려 사망했다. 둘의 해시태그(#JusticeForTshego·#JusticeforNaledi)는 현재 트위터 내에서 급속도로 확산 중이다. 샤넬레 음파바라는 젊은 여성은 12일 요하네스버그 소웨토 마을에 한 나무 밑에 버려져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두 달간 알코올 판매를 금지했던 남아공에서는 지난 1일 술 판매 재개 후 각종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