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수익금 소송 지고도 ‘나몰라라’ 中예능

입력 2020-06-15 11:25 수정 2020-06-15 13:20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이 중국 예능 제작사와 수익금 청구 소송에서 이기고도 정산을 받지 못하고 있다.

15일 방송가에 따르면 지난 4월 준사법기관인 중국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가 중국 예능 제작사 찬싱(燦星)에 2015년 방송한 중국판 ‘복면가왕’ 시즌1 수익금을 MBC에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현재까지 지급되지 않고 있다. 찬싱은 판결 이후 상하이 인민법원에 MBC에 지급해야 할 금액을 공탁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는데 사실상 계약 이행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앞서 MBC는 찬싱이 2015년 중국판 ‘복면가왕’을 론칭하면서 수익 배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찬싱은 돌연 태도를 바꿔 정산을 거부했다. 한한령(한류제한령·限韓令) 때문에 송금을 할 수 없다는 이유다. 지금까지 한중 간 예능 표절 시비가 지속해 왔지만 한국 방송가는 거대 자본인 중국의 시장 보복 우려에 별다른 수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MBC 상하이지사가 법적 대응을 불사하며 칼을 빼 들었고 업계에서는 MBC의 강경책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소송에서 이기고도 정산받지 못한 선례가 남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국 방송가의 뻔뻔함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찬싱은 중국 선전거래소 벤처기업 증시 상장을 추진하면서 주주모집신청서에 ‘복면가왕’을 무단 도용한 ‘복면 가수를 맞혀라’(蒙面唱將猜猜猜), ‘무한도전’ 포맷을 구입해 제작한 ‘우리의 도전’(我們的挑戰)을 자신들의 오리지널 창작물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복면 가수를 맞혀라’는 지난해 시즌4까지 방송했는데, 중국판 ‘복면가왕’인 ‘몽면가왕’(蒙面歌王) 시즌1 성공 이후 제목만 변경돼 방영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MBC는 현재 시즌2의 포맷료만 받았다. 찬싱이 제목만 바꿔놓고 자신들의 창작물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MBC는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이달 안으로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무한도전’ 중국판도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시즌1 수익 배분과 관련해 MBC가 소송을 제기하자 찬싱은 시즌2와 관련해 지난해 맞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MBC 인력이 중국에 파견돼 중국판 ‘무한도전’ 제작에 참여했으나 한한령으로 인해 철수해야 했고, 찬싱은 “MBC가 공동제작에 참여한 게 없으니 배상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철 MBC 상하이지사장은 “계약서에 명시된 수익 배분 의무를 5년 넘게 미루고 있고 명백한 사실관계를 법정에서도 왜곡해서 주장하고 있는 찬싱은 기업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포맷을 도용해 방송한 후 막대한 수익을 취하고 그것을 이용해 상장하면 결국 선량한 주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받을 수 있어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