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닥터, 암 진행 ‘대장 용종’ 가려내고 메니에르병도 진단

입력 2020-06-15 11:06 수정 2020-06-15 11:07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제공

의료 인공지능(AI)이 질병 진단 영역을 계속 넓히고 있다.

조직 검사 없이도 AI로 암 가능성이 큰 대장 용종(선종)을 찾아내고 어지럼증 및 이명의 원인이 되는 ‘메니에르병’을 진단해 내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진은효,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주성, 의공학과 김희찬 교수 공동연구팀은 AI로 내시경 사진을 분석해 대장 용종을 진단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건강검진을 시행한 대장 내시경에서 발견된 용종 2150개의 이미지를 토대로 AI와 접목을 시도했다.

훈련된 AI 시스템에 용종 이미지를 넣은 결과 86.7%의 정확도로 선종을 판별했다. 또 내시경 의사 22명을 숙련도에 따라 초보자, 내시경 전문의, 광학 진단 교육을 받은 내시경 전문의 군으로 나눠 AI 시스템을 사용한 그룹과 사용하지 않은 그룹을 비교했다.

AI 시스템을 보조하면 판독 정확도가 82.5%에서 88.5%으로 상승했다. 특히 내시경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 의사군은 11.8% 정확도가 더 높아졌다.

대장 내시경으로 발견하는 용종 종류는 다양하다. 그 중 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용종인 선종을 잘 발견해 제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는 내시경 과정에서 떼낸 용종의 조직 검사(생검)을 통해서만 진단이 가능하다.

이번에 개발한 AI 시스템은 내시경 이미지만으로 선종을 감별해 진단할 수 있다. 병리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불필요한 조직 생검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진은효 교수는 “AI를 통한 진단이 판독 정확도에 도움이 되어 실제 임상에서 보조 진단법으로 사용 가능성을 확인한 첫 번째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소화기학(Gastroente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대표 질환 중 하나인 ’메니에르병’을 AI로 진단할 수 있는 기술도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처음으로 개발됐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정원호·조영상 교수, 스마트헬스케어연구소 AI연구센터 조백환 교수팀은 내이(속귀)의 MRI로 얻은 이미지를 AI로 분석해 메니에르병을 감별 진단하는 기본 모델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이날 밝혔다. 메니에르병을 진단하기 위해 고안된 딥러닝 기반 ‘AI모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연구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발표됐다.

메니에르병은 심한 어지러움과 청력 소실, 이명, 충만감 등 증상이 반복되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정확한 발병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내림프액 순환의 문제로 인한 ‘내림프수종’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으로 연결된 내이에서 내림프액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압력이 높아지고 해당 기관이 손상 받아 청력 소실과 어지러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메니에르병 진단에는 청력 검사 및 주관적인 증상만이 유일 진단 기준이었다. 최근 국내 주요 병원에서 ‘내이 MRI’ 검사를 활용하고 있으나, 사람 손으로 일일이 내림프수종의 정도를 계산하기에 복잡할 뿐더러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미지 학습과 패턴 처리에 유용한 CNN 알고리즘을 이용해 ‘INHEARIT(INner ear Hydrops Estimation via ARtificial InTelligence) 모델’을 만들었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촬영된 내이 MRI 영상을 분석, 자동으로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을 나누고 각 영역별로 내림프수종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토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실제 환자 124명의 MRI 영상에서 영상의학과 및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계산한 결과와 AI가 계산한 결과를 비교했다. 그랬더니 숙련된 전문의가 직접 계산한 결과와 AI의 계산 결과의 일치도(급내상관계수)는 0.971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메니에르병은 환자의 주관적인 병력 청취에서 시작해 최근 MRI까지 일부 활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하고 진단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면서 “AI 모델이 개발됨에 진단 정확도와 신속성을 높일 수 있게 돼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