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우리가 北에 모욕 당한 건 미국 때문”

입력 2020-06-15 10:18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15일 “우리 정부가 북한한테 이런 모욕을, 수모를 당하게 만든 것이 사실은 미국(때문)이었다. (우리가_ 미국에 대해서 할 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가했고, 이에 따라 북한이 우리 정부를 향해 ‘왜 미국을 설득하지 못하느냐’며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정 수석부의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북한을 다시 (대화에) 나오게 만들려면 비무장지대를 건너서 평양으로 갈 것이 아니라 워싱턴으로 가야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그동안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남북 군사분야 기본합의서 이행에 미국이 발목을 잡았다”며 “미국은 우리에게 ‘그거 곤란하지’라고 답을 하지 ‘그거 좋지’라고 답을 하는 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미국의 실무자들의 법 해석, 유엔 규정 해석의 문제이기 때문에 실무자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최소한 국무부 장관이나 상무부 장관, 재무부 장관 정도를 상대하려면 통일부 장관이 움직여야 된다”고 덧붙였다.


정 수석부의장은 “김대중 정부 때 시작한 금강산 관광 그거 미국에 허락받으려고 했으면 시작도 못 했다”며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개성공단 개발도 미국에서 여러 가지로 제동을 걸어왔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개발의 불가피성과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기계가 군사적으로 제정되지 않도록 확실하게 보장되겠다는 설득을 해서 미 상무부의 허락을 받아 가지고 시작을 했다. 그런데 한 번 가지고는 안 됐다. 세 번 이야기 끝에 답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자가 ‘미국의 태도에 변함이 없으면 일을 진행시켜야 하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일을 저질러 놓고 어떻게 할 건가. 기껏해야 ‘한·미 관계가 이렇게 나오면 안 된다’ ‘동맹 간에 이럴 수 있느냐’는 식의 항의밖에 더 하겠나. 군대를 빼겠나”라며 “미국과 책상 치고 고함지를 수 있는 용기가 없으면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못 나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으로 가서 당신네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런 꼴을 당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비핵화에다 연결시켜 놨는데 비핵화는 하루 이틀에 되는 것도 아니고 30년이나 넘은 묵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과 남북관계를 병행해야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