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흑인, 경찰에 전기충격총 쐈다”…공화당 “이번 건은 달라”

입력 2020-06-15 10:15 수정 2020-06-15 12:12
조지아주 애틀랜타서 또 흑인, 경찰 총격에 숨져
사망 흑인 브룩스, 경찰 전기충격총 빼앗고 경찰에 쏴
흑인 공화당 의원 “이번 건은 플로이드 사건과 달라”
“체포 시도 전까지 브룩스, 경찰에 협조적”…진상규명 절실

뉴욕타임스(NYT)가 조지아 수사국(GBI)으로부터 입수한 흑인 레이샤드 브룩스 사망 당시 모습을 담은 CCTV 화면. 지난 12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패스트푸드 식당인 웬디스 매장 주차장에서 경찰관 개릿 롤페(왼쪽)가 전기충격총을 들고 역시 전기충격총을 들고 도망치는 브룩스 뒤를 쫓고 있다. 몇 초 뒤 권총으로 무기를 바꾼 롤페가 브룩스에 3발의 총격을 가했다. 뉴욕타임스 캡처

백인 경찰이 흑인 청년에 총격을 가해 숨지게 만든 사건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또 다시 발생해 인종 차별 논란과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한 분노가 더욱 거세게 불붙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백인 경찰의 무릎에 9분 동안 목이 눌려 사망했던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는 다르다는 주장이 공화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애틀랜타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흑인 청년 레이샤드 브룩스가 경찰의 전기충격총(stun gun)을 빼앗아 경찰을 향해 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공화당 반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캇은 14일(현지시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 상황은 우리가 봤던 플로이드 사건과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에 비해, 확실히 매우 덜 분명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백인 경찰이 완벽하게 잘못했던 플로이드 사건과 달리, 이번 브룩스 사건은 공화당 진영에도 변명거리를 제공해 상황이 더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이 사건을 수사하는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의 폴 하워드 검사는 “브룩스가 경찰의 체포 시도 전까지는 매우 협조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의 브룩스 체포 시도는 정당했는지, 브룩스가 왜 경찰의 전기충격총까지 빼앗으며 도망가려고 했는지 등에 대한 진상 규명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지난 12일 애틀랜타 경찰은 패스트푸드 식당인 웬디스 매장의 ‘드라이브 스루’ 통로를 한 차량이 막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숨진 브룩스는 당시 차 안에서 자고 있었다. 경찰은 브룩스를 깨워 현장에서 음주 측정을 했다. 경찰은 음주 단속에 걸린 브룩스를 체포하려고 했다. 그러나 브룩스는 저항하며 현장에 있던 2명의 경찰관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캇. 사우스캐롤라이나가 지역구인 스캇 상원의원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브룩스 사망 사건은 플로이드 사건과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에 비해, 확실히 매우 덜 분명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AP뉴시스

이 다음 과정이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조지아 수사국(GBI)으로부터 당시 CCTV 화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경찰관 개릿 롤페는 전기충격총으로 브룩스를 쐈고, 동료 경찰관 데빈 브로즈넌은 롤페를 도와 브룩스를 체포하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브룩스는 브로즈넌의 전기충격총을 빼앗았다. 브룩스는 도망치던 중 뒤로 돌아 롤페를 향해 전기충격총을 한발 발사했다. 그러나 브룩스는 조준 사격을 가한 것이 아니라 도망치던 과정에서 전기충격총을 쏜 것이었다. 이후 롤페는 브룩스를 향해 3방의 총격을 가했고, 브룩스는 숨졌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공권력 남용으로 보고 경찰의 강압적인 무력 행사에 제동을 거는 정책들을 추진할 방침이다.

민주당 소속의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경찰이 치명적인 무력을 정당하게 행사하지 않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민주당 후보로 2018년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서 석패했던 스테이시 애브럼스는 “브룩스 사망은 우리가 치명적인 무력의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드라이브 스루’에서 자는 것이 죽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의 스캇 상원의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용의자가 전기충격총을 쐈을 때 경찰관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점”이라며 “긴박한 상황을 진정시키고, 무력 사용을 줄이긴 위한 효과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캇 의원은 그러면서 플로이드 사건과 이번 브룩스 사건이 다르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공화당의 경찰 개혁 방안을 이끄는 스캇 의원은 “현재 경찰 등 공권력에서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데 의문은 없다”면서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이 공권력에 제도적으로 인종차별주의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경찰은 브룩스에게 세 발의 총격을 가해 숨지게 만든 경찰관 롤프를 해임하고, 동료 데빈 브로즈넌은 행정직으로 전환했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의 폴 하워드 검사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브룩스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다”면서 “롤프 등에 대한 기소 여부에 대한 결정이 오는 17일쯤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워드 검사는 이어 당시 영상 등을 토대로 “브룩스는 (체포 시도 전까지) 매우 협조적이었다”면서 “누구에게도 어떤 위협을 제공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