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빈익빈 부익부’ 고가 1억 뛸 때 저가는 내려

입력 2020-06-15 10:31

정부가 부동산을 규제한다지만 이는 고가 아파트에만 적용해야 할 듯 하다.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이 10년 만에 최대로 벌어지는 등 주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전국 고가 아파트값이 1억원 오를 때 저가 아파트값은 250만원가량 떨어졌다. 15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값이다. 이달 전국 아파트 평균가격의 5분위 배율은 7.36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8월(7.40)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 가격 상위 20% 평균(5분위 가격)을 하위 20% 평균(1분위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뜻이다.

이달 전국 아파트 상위 20%(5분위) 평균 가격은 7억9886만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억520만원이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하위 20%(1분위) 평균 가격은 1억860만원으로 1년 전보다 247만원 떨어졌다. 저가 아파트값이 2.2% 떨어질 때 고가 아파트값은 오히려 15.2% 오른 것이다.

2년 동안을 비교해보면 저가 아파트(1분위)값이 7.7%(907만원) 내리는 동안 고가 아파트(5분위)값은 28.0%(1억7453만원) 올랐다.

수도권에서는 다른 기준으로 바라봐야 한다. 서울 아파트 하위 20%는 전국 아파트 기준 상위에 해당한다. 서울 아파트 하위 20%(1분위) 평균가격은 3억9776만원으로 1년 전보다 12.4%(4392만원) 올랐다. 서울은 1분위 가격조차 4억원에 근접하며 이제 4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 5분위 평균가격은 18억320만원이다. 1년 사이 10.2%에 해당하는 1억6713만원이 올랐다. 고가-저가아파트 1년 오름폭 차이는 억대 연봉자도 넘볼 수 없는 수준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며 주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경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존 저렴했던 아파트도 가격이 상향 평준화해 서민층의 주택 접근성이 악화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