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시작된 시간은 14일 오후 6시였다. 콘서트의 시작을 알린 곡은 ‘쩔어’.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은 특유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노래를 열창했다. ‘홍탄소년단’까지 노래한 뒤에는 응접실처럼 꾸며진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팬클럽 ‘아미’ 회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함성이 세계 곳곳에서 들리고 있어요” “아미들이 각자의 방에서 뛰어노는 모습 기대하고 있습니다” “(채팅창을 보니 현재 시청자가) 75만명이 넘었네요”….
공연은 BTS의 온라인 유료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였다. ‘방방콘’은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의 줄임말로, 온라인 콘서트인 만큼 노래가 끝날 때엔 객석에서 박수나 환호가 터져 나오진 않았다. 팀의 래퍼인 슈가는 공연 말미에 “노래가 끝날 때면 함성이 들려야 에너지 충전이 되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콘서트는 온라인 공연 특유의 강점을 실감케 하는 자리였다. BTS는 ‘멀티뷰’ 시스템을 통해 팬들이 각기 다른 6개 구도 중 하나를 선택해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채팅창에는 공연을 관람하는 팬들의 소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BTS 멤버들은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하면서 공연을 이어갔다.
방방콘은 BTS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월드투어가 취소되자 선택한 차선책이었다. BTS의 온라인 공연은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는데, 일각에서는 온라인 유료 공연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방방콘의 티켓 가격은 팬클럽 회원은 2만9000원, 미가입 회원은 3만9000원이었다.
동시 접속자가 몰려서인지 공연에서는 인터넷 환경에 따라 영상이 끊기거나 화면과 소리가 맞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BTS는 약 100분간 ‘좋아요’ ‘하루만’ ‘블랙 스완’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 10여곡을 열창했다.
팀의 리더인 RM은 “이게(온라인 콘서트) ‘미래의 공연인가’ 하는 공포가 있다”며 “언제 여러분과 대면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민은 “우린 무대가 절실한 사람들이어서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언젠가는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정국은 “이번 공연이 새로운 시작이 됐으면 한다”고 했고, 제이홉은 “여러분을 사랑하는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오프라인 콘서트처럼 방방콘에서도 ‘앙코르 무대’가 이어졌다. BTS가 앙코르 곡으로 고른 노래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내용이 담긴 ‘봄날’이었다. “보고 싶다/ 이렇게 말하니까 더 보고 싶다/…/ 다시 봄날이 올 때까지/ 꽃 피울 때까지/ 그곳에 좀 더 머물러줘.” 팀의 맏형인 진은 이 곡을 부르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얼어붙은 지금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여러분과 만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