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할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양창수(68) 전 대법관에 대한 적격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양 위원장은 대법관 시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에 무죄 판단을 내렸고, 그의 처남은 삼성서울병원장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위원장의 처남은 권오정(63) 삼성서울병원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이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산하에 있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을 보면 검사 및 사건 관계인은 심의위원 혹은 위원장이 사건 관계인과 친분 혹은 이해관계가 있어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
양 위원장이 ‘에버랜드 사건’을 맡았었고 친인척이 삼성서울병원장이라고 해서 이 부회장과 직접적인 친분이나 이해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검찰도 현재 단계에서 양 위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내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양 위원장도 스스로 회피 신청을 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는 양 위원장에게 관련 논란에 대해 수차례 입장을 확인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심의위원장은 회의 과정에서 질문을 하거나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다.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대기업 총수가 수사심의위를 거치는 것은 처음인 만큼 공정성 논란은 최대한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기고글과 관련해서도 논란에 휩싸였다. 양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한 경제지에 ‘양심과 사죄, 그리고 기업지배권의 승계’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이 부회장이 최근 삼성 준법감시위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를 한 것과 관련해 이 부회장이 사과할 일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칼럼이다.
양 위원장은 해당 글에서 현재 과세표준 30억원이 넘는 부분은 세율이 50%로 기업은 상속 과정에서 반쪽이 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기업주가 원만한 승계 방도를 마련하는 건 자연스럽고, 삼성 에버랜드 사건은 최종 무죄가 선고됐다고 설명했다. 양 위원장은 “아버지가 기업지배권을 물려주려고 범죄가 아닌 방도를 취한 것에 대해 승계자가 공개 사죄를 해야 하는가”라고 썼다.
양 위원장은 대법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9년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 사건과 관련해 무죄 취지 의견을 냈다. 당시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6대 5로 무죄 취지 판결이 나왔다. 당시 대법관들은 “(CB 저가 발행이)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만 회사 이익을 침해하지는 않는다. 경영권 승계가 불법이 아니다”라고 판단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