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폐쇄 ‘갑론을박’…신작 연기에 영화계 암운

입력 2020-06-14 17:06 수정 2020-06-14 17:22
'체온 측정 안내문'이 붙은 서울 시내 한 영화관 전경.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것이 알려지면서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 할인권 배포와 신작 개봉에 힘입어 재기를 노리던 영화관은 초긴장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영화관을 되살릴 대작들 일부도 개봉을 미뤘다.

영화관에 대한 이 같은 우려는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진행된 시사회에 관악구 70번 환자가 다녀간 것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당시 시사회에는 총 471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환자가 다녀간 곳은 이 중 140명 가량이 있었던 5관으로 알려졌다. 상영관은 좌석 간 거리두기를 위해 총 좌석의 절반 이하가 활용됐으며, 롯데시네마는 현재 방역을 마무리하고 정상 영업 중이다.

이를 두고 최근 코로나19 빠른 재확산을 지켜보는 일각에서는 선제적이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밀폐된 극장 특성상 환기 및 소독이 쉽지 않은 데다 좌석 간 거리두기로도 바이러스 전파 위험성을 낮추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탈리아 등 구미 국가에서는 이를 미리 방지하려 극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가령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한 미국에서는 세계 최대 영화관 체인 AMC를 비롯한 전국 영화관이 폐쇄됐고 봉쇄 조치 4달이 지난 다음 달 영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영화관 봉쇄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극장 수익이 제작사·투자사·배급사·홍보사 등으로 뿌려지는 한국 영화산업 특성상 영화관 폐쇄는 영화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연쇄적 피해로 이어진다. 움직임이 적은 영화관 특성상 마스크 착용 등 기본 위생 수칙을 지킨다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또한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영화관을 비롯해 대학로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코로나19 이슈가 발생한 사례는 그간 거의 없다시피 했다.

재기를 노리던 영화관들은 다시금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점차 활기를 띠던 영화관이 다시 얼어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침체한 극장에 마중물을 넣는 방편으로 영진위는 지난 4일부터 3주간 영화관 입장권 6000원 할인 쿠폰을 나눠주는 ‘극장에서 다시 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4일 ‘침입자’를 시작으로 신작이 차례로 개봉하면서 지난 4월 1만명대까지 떨어졌던 일일 관객 수는 지난 6일 16만6000여명을 돌파했다. 지난 주말인 5~7일에 영화관을 다녀간 관객 수는 40만2000명 정도로, 2월 마지막 주 이후 최고치였다.

더욱이 6월은 제작비 200억원 안팎의 대작들이 개봉하는 성수기 7~8월을 한 달 앞두고 관객 발길을 돌려놓을 마지막 골든타임이기도 했다. 여기에 송중기 김태리 주연의 한국형 우주SF 영화 ‘승리호’와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등 기대작들도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개봉을 보류했다. 이번 여름 텐트폴(성수기 대작) 시장은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강철비2: 정상회담’의 3파전이 될 양상이다.

“영화관은 대화 등으로 인한 감염 우려가 거의 없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다중이용시설”이라는 입장을 보여온 영진위는 기존 판단은 고수하되 시사회 등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영진위는 일반 상영보다 관객이 많이 몰리는 시사회 특성을 고려해 30% 정도의 좌석 마지노선을 배급사들에 알림 공지한 상태다. 할인권 정책에 대해서 영진위 관계자는 “133만장의 할인권을 3주에 나눠 배포하는 데다, 이를 상영관 수로 나누면 1곳에 10장 안팎이 배정되는 셈”이라며 “안전 관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