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사흘 사이에 43명이나 무더기로 쏟아져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발원지 후베이성 우한과 비슷하게 베이징의 신파디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새로운 바이러스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베이징시는 신파디 시장을 즉각 봉쇄하고 주변 지역에 대한 위험 등급도 상향하는 등 전시 수준의 대응에 나섰다.
14일 오전 찾아간 신파디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이미 거의 모든 출입구가 차단돼 있었고, 일부 출입구에서만 방역 차량 등 허가된 차량만 신원 확인 후 통과시키며 철저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신파디 시장은 천안문에서 남쪽으로 15㎞ 정도 떨어져 있으며 베이징의 야채와 과일, 육류 등 농수산물의 70%를 공급할 정도로 방대한 시장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농수산물시장이자 거래액 규모로 세계에서 두 번째 큰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오른쪽으로 보이는 시장 건물 입구마다 철제 구조물로 차단이 돼 있었고, 곳곳에 공안과 무장경찰이 배치돼 차량과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시장 쪽 길가는 차에서 내리는 것 조차 막아 택시 안에서 둘러볼 수 밖에 없었다.
시장 초입에는 경찰이 갓길을 차단하자 오토바이와 삼륜차 수십대가 뒤엉킨 채 통과시켜주기를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시장은 출입구 뿐아니라 울타리와 담장을 따라서도 일정한 간격으로 경찰이 배치돼 사람들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다.
신파디 시장 뿐아니라 주변 건물들에서도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차량에 탄 사람들의 체온을 측정한 뒤 들여보내는 등 엄격한 방역 조치가 이뤄지고 있었다. 일부 도로를 통제하는 탓인지 시장 주변은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택시 기사는 “현재 신파디 시장 내부는 전면적인 소독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시장 내에서 일하는 상인과 종업원 1만명 가량은 현재 격리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베이징시는 신파디 시장을 거쳐간 사람들이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곧바로 폐쇄 조치하고 ‘비상 시기’ 대응에 들어갔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13일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베이징에서 36명, 랴오닝성에서 2명 등 본토에서만 38명이 발생했다. 베이징은 신규 확진자가 지난 11일 1명, 12일 6명에 이어 폭증하는 추세다.
베이징시는 13일 추가로 발생한 확진자 36명 가운데 27명은 신파디 시장 관계자이고, 나머지 9명도 시장과 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라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신파디 시장이 있는 펑타이구가 30명, 다싱구 4명, 팡산구 1명, 시청구 1명 등이다.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는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자 전날 코로나19 영도소조 회의를 열어 신파디 시장 봉쇄 조치를 내렸다. 시장 인근 11개 주택단지가 봉쇄됐고, 3개 초등학교와 6개 유치원의 수업이 중단됐다.
또 신파디 시장 종사자와 인근 주민 전원을 대상으로 핵산 검사를 하고, 해외에서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사람과 화물에 대한 관리와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파디 시장이 있는 펑타이구의 2개 지역과 시청구의 1개 지역 등 4개 지역이 코로나19 중위험 지역으로 격상됐다. 펑타이구는 “전시상황과 같은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신파디 도매시장에 대해 지난 12일 감염원 조사결과 수입 연어를 절단할 때 쓰는 도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베이징 시내 식당 메뉴에서 일제히 연어가 사라졌다고 중국 매체들이 전했다. 주요 수퍼마켓들도 연어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문제의 수입 연어는 펑타이구의 다른 시장인 징선해산물시장에서 온 것으로 파악됐으나 관련자 9명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장위시 신파디 시장 사장은 “신파디 시장의 소 및 양고기, 돼지고기, 채소, 과일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베이징시 당국은 문제의 징선 해산물 시장과 신파디 시장 등에서 시내 식당으로 식재료 배달 업무를 하는 모든 사람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으며, 일부 관련 식당들도 당분간 폐쇄토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당국은 신파디 시장 종사자 517명에 대해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한 결과 45명, 하이뎬구 농산물 시장에서는 1명 등 총 46명이 양성 반응을 보여 집중 관리에 나섰다고 전날 밝혔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가 근무하는 중난하이와 톈안먼 광장 등이 있는 둥청구도 비상이 걸렸다. 둥청구는 최근 14일 동안 신파디 시장을 방문한 모든 주민에게 검사를 받도록 했다.
하이뎬구는 모든 지역사회에서 단지 진입 시 체온 검사 등을 요구키로 하는 등 다시 방역 2급 대응 조치로 격상했다.
우한 퉁지의학원의 공중보건 전문가 펑잔춘은 “베이징의 상황은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한 내 초기 확산 단계와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