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조기 확산과 진압에도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회복세가 더디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초조하지 않은 모양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 활성화 전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친환경 패러다임 전환이 겹쳐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다.
14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3.3기가와트시(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감소했다. 반면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상승했다. 지난 1분기 LG화학의 시장 점유율은 27.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포인트 높아져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삼성SDI도 6%로 시장 점유율 3위를, SK이노베이션은 4.5%로 7위를 기록하며 국내 배터리 제조사 모두 세계 시장 점유율 10위 안에 안착했다. 중국 시장의 침체에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를 좌우하는 것은 가격이다. 가격 경쟁력을 위해 업계는 배터리의 가격을 낮추고 있고 각국 정부는 보조금 정책을 집행 중이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가치로 ‘친환경’이 떠오르면서 영국, 독일 등은 수요 견인의 마중물로 전기차 시장 성장을 선택해 적극적 전기차 보조금 교부를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노후 차량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로 교체할 경우 최대 6000파운드(910만원)을 지원하는 자동차 교체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 중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다음달 6일 이같은 기존 차량 폐기 정책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거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차량 시장의 호황을 유도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코로나19 이후 전기차 제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보조금과 규제 강화를 동시에 고려 중이다. 전기차 구매 소비자에 지급 중이던 3000유로(400만원)의 보조금을 2배인 6000유로(800만원)로 늘리는 방안이다. 제조사 보조금을 포함하면 최대 9000유로(12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규제는 내연기관차 과세를 강화하는 방식이 대두된다. 내년부터 기후변화 방지 노력을 위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높은 차량에 배출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같은 보조금 및 규제 정책이 실질적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SNE리서치는 코로나19 이전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350만대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전세계 락다운이 이어지자 V자 반등을 기대하며 260만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유럽 시장의 회복이 예상된다”면서도 “보조금이 즉각적인 수요 견인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