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서 또 비무장 흑인 총격 사망…경찰서장 사퇴

입력 2020-06-14 15:52
비무장한 흑인 청년이 전날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미국 애틀랜타 주 웬디스 매장 인근에서 13일(현지시간) 시위대가 경찰의 최루가스를 맞고 대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또 비무장 흑인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CNN방송 등은 27세 흑인 레이샤드 브룩스(27)가 지난 12일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찰은 12일 오후 10시30분쯤 애틀랜타 남동부 소재 패스트푸드점 웬디스 매장의 드라이브 스루 통로를 한 차량이 막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차량 안에는 브룩스가 잠들어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두 명은 브룩스를 깨워 음주 측정을 실시했다. 음주 측정 결과 단속 기준에 걸린 브룩스를 경찰이 체포하려고 하자 브룩스는 이에 저항하다가 전기충격기를 빼앗아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한 경찰이 브룩스를 향해 총을 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사건은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이 촬영해 SNS에 공유한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조지아주 지부는 성명을 내고 애틀랜타 경찰국장 해임을 촉구했다. 조지아주 수사국(GBI)은 “애틀랜타 경찰로부터 이번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청받았다. 목격자들이 찍은 영상과 초기 수사 정보를 검토하고 있다”고 성명을 냈다.

케이샤 랜스 바텀스 애틀랜타 시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할 수 있는 일과 해야하는 일 사이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면서 “이번 일은 정당한 무력 사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에리카 쉴즈 애틀랜타 경찰서장은 브룩스가 사망한 지 24시간이 채 안 된 이날 오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브룩스에게 총을 쏜 경찰은 해고됐으며 현장에 있던 또 다른 경찰은 행정직으로 전환됐다.

브룩스에겐 세 딸과 입양한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룩스 측 변호인 크리스 스튜어트는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경찰이 체포하려 하기 전까지 브룩스가 차분하게 대응했으며 어떤 폭력적인 행동도 하지 않았다”면서 “경찰은 전기충격기가 치명적인 무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에 브룩스에게 총을 쏠 이유가 없었다”고 비난했다.

브룩스가 총격을 당한 웬디스 매장 앞과 애틀랜타 센테니얼 공원 등에선 이날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경찰은 최루가스를 쏘며 대응했다. 성난 시위대가 웬디스 매장 근처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애틀랜타로 향하는 주요 진입로인 85번, 75번 고속도로 교차로에 집결해 경찰과 대치했다.

한편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유족 측은 가해자인 데릭 쇼빈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쇼빈은 해고된 공무원에게도 연금 수령 자격을 부여하는 미네소타주 법에 따라 55세부터 연간 5만 달러 이상(약 6000만원)의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