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되는 일이 없다… 대형항공사도 저가항공사도 정상화 먼길

입력 2020-06-15 05:14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항공업계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른 장애물에 봉착했다.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려 했던 대한항공은 예상치 못한 서울시의 공원화 발표로 자금 마련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작업은 HDC현대산업개발과 채권단 간의 ‘핑퐁 게임’ 속에 더욱 불투명해졌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1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서울시의 부당한 행정절차를 막아달라며 민원을 제출했다. 서울시가 강제수용 의사까지 밝히며 ‘송현동 부지 공원화’를 추진한 탓에 입찰 의향이 있던 다른 업체들이 나서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 10일 이 땅은 예비 입찰에서 매수자가 나오지 않아 유찰됐다.

서울시는 여전히 종전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업계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기업 자산매입 프로그램에 송현동 부지가 포함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캠코는 적기에 매각이 어려운 자산을 직접 매입·보유한 뒤 제3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의 경우, 현산이 지난 9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매각 작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승부수를 던진 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채권단은 다시 원하는 조건을 먼저 제시하라고 현산에게 공을 넘겼다.


채권단과 현산 간의 기 싸움 속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책임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응만 하고 있다. 현산이 9일 보도 자료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채무 확대와 추가자금 차입 등에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후, 아시아나항공은 뒤늦게 이틀 후에야 ‘그간 현산에 충분한 자료와 설명을 제공했다’는 내용의 반박 자료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피인수자인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현산의 입장 발표 직후 채권단이 별다른 의견을 내기 전에 먼저 반박문을 내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현산과 채권단이 이달 말로 예정된 거래 종결 시한을 최대 연말까지 연장한 후 추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구주 매각 대금과 영구채 5000억원의 출자 전환, 대출 상환 문제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산이 향후 재협상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채권단에 갚아야 할 채무 구조를 얼마나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변경을 요구할지에 따라 협상 체결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그나마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부문 수송에 선방하며 2분기 실적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그러기 힘든 저가항공사(LCC)는 더욱 고사 위기에 처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은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200여억원) 문제에 발목이 잡혀 예정대로 이달 말까지 인수 계약을 종결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졌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의 시정 지시에 따른 체불 임금 지급 시한(지난 9일)을 넘겨 형사 고발될 수 있는 처지다. 조종사노조는 지난 10일에 이어 15일에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불 임금 해소와 책임자 구속 수사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