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선언 결실 중 하나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소 1년9개월 만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최근 연락사무소 채널을 끊으며 완전 폐쇄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한 북한이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북한이 조만간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문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3차례 연락사무소를 폐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북한은 김 제1부부장의 담화문이 나온 지 5일 만에 연락사무소 채널을 닫으며 폐쇄 수순에 돌입했다.
북한이 연일 ‘연락사무소 철거 카드’를 내밀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까닭은 연락사무소가 문재인정부에 갖는 정치적 상징성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판문점선언에 따라 그해 9월 개성공단 내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키로 합의했다. 남북이 24시간 365일 상시적으로 협의·소통 가능한 채널이 처음으로 구축된 것이다. 이후 남북은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전까지 산림 및 보건·의료협력 관련 분과회담과 실무회의 등을 연락사무소에서 수시로 개최해왔다.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이 “다음 단계 행동을 취하겠다”며 구체적으로 연락사무소를 지목한 만큼 북한이 조만간 철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문재인정부 대북정책의 성과 중 하나인 연락사무소 건물 자체를 철거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실제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사안이라 남측에 주는 충격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 소유의 건물을 철거하는 것은 추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연락사무소 폐쇄 선언 또는 남측 장비 회수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