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가격리자 마약 취해 차량절도까지

입력 2020-06-14 15:29 수정 2020-06-14 19:04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가 마약에 취해 차량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서가 임시 폐쇄되는 소동이 벌어졌지만 조사결과 다행히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내려졌다.

관할 지자체는 해외에서 입국한 후 자가격리 중이던 마약복용 용의자가 자가격리 신고지인 자택을 벗어나 모텔을 전전했으나 차량절도 현행범으로 검거될 때까지 이를 전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마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차량을 훔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A(24·여)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A씨는 전날인 13일 새벽 1시쯤 광주 화정동에서 차량을 훔쳐 타고 두암동까지 운전을 했다가 새벽 4시 20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원들에게 검거됐다. A씨가 훔쳐 운행한 차량에는 열쇠가 꽂힌 상태였다.

A씨는 마약에 취해 있었고 필로폰으로 추정되는 마약 1g을 갖고 있었다.

차량을 훔쳐 10㎞ 정도를 운전한 A씨는 환각상태에서 “살려달라”며 고함을 치는 등 소동을 피웠다가 이를 목격한 행인의 신고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차량 절도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A씨를 관할 경찰서로 압송해 조사하던 중 그가 필리핀에서 지난 1일 입국해 자가격리 중인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라 경찰서가 한때 폐쇄되고 조사를 담당한 직원에 대한 격리조치까지 이뤄졌으나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내려져 폐쇄·격리 조치는 해제됐다.

경찰은 A씨가 3일 정오까지 2주간 자가격리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A씨가 귀국 직후 질병 당국에 신고한 주거지인 자택에서 벗어나 그동안 모텔을 전전하며 지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가격리자 관리 주체인 광주 서구는 A씨가 자택에서 벗어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경찰의 통보를 받고 뒤늦게 자가격리 이탈자로 고발했다.

서구 관계자는 “A씨는 매번 소재확인 전화를 잘 받아 의심할 수 없었다”며 “인력이 부족해 거주지를 직접 찾아가 매일 검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해외 입국 자가격리자는 2주간 자가격리 조치와 함께 무단이탈 방지를 위한 자가격리 관리 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 관할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