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포기’ 운운하는 마힌드라…쌍용차 ‘눈앞이 캄캄’

입력 2020-06-15 05:25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쌍용자동차 제공

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자동차의 새 투자자가 필요하다는 언급과 함께 경영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마힌드라의 신규투자 철회 이후 각종 자구안을 가동했던 쌍용차는 이제 정부의 도움 없이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전날 인도 현지에서 “쌍용차는 새 투자자가 필요하다. 투자자가 나오면 마힌드라가 대주주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시 샤 마힌드라 부사장은 “새 투자자가 생기면 우리 지분율이 내려가거나 새 투자자가 우리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며 “향후 모든 적자 사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접는 것은 물론 지배권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는 현재 75%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쌍용차는 최근 13분기 연속 적자를 냈을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마힌드라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자 지난 4월 2300억원의 신규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쌍용차에 긴급자금 명목으로 400억원만 지급했다.

이후 쌍용차는 마힌드라 측과 소통을 강화해 대주주와의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마힌드라의 긴급자금 지원 사실을 언급하며 불거진 철수설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서울서비스센터와 부산물류센터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에 나서며 생존에 사활을 걸어 왔다.

쌍용차는 갖은 자구노력에도 경영 의지가 보이지 않는 마힌드라 임원들의 발언이 나오면서 더 큰 난관에 봉착했다. 새로운 지원 없이는 향후 3년간 신차 개발 등에 필요한 5000억원 규모의 자금 확보는 물론 회사의 명운도 장담하기 어렵다.

쌍용차가 새 주인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직격탄을 맞아 각자 살기 바쁜 상황”이라며 “쌍용차의 경쟁력이나 판매 전망을 보고 새 투자자가 뛰어들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쌍용차의 앞날은 정부의 손에 달렸다. 쌍용차는 당장 다음 달 만기인 산업은행 대출금 900억원을 갚아야 한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출 만기 연장 등의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기안기금 지원에 쌍용차의 포함 여부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항공·해운 등 2개 업종을 기안기금으로 우선 지원하고, 타 업종은 협의를 통해 추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쌍용차는 코로나19 여파로 대주주가 투자를 멈춘 점, 자구노력을 펼친 점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