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첫 출근날, 하늘에 계신 아빠께 받은 메일

입력 2020-06-14 14:21 수정 2020-06-14 14:36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첫 출근한 회사에서 이메일 한 통을 열어보고는 펑펑 눈물을 쏟았다는 사연이 등장해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댓글 창에는 응원과 격려의 말들이 쏟아졌고 같은 아픔이 있다며 위로하는 사람들도 나타났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오늘 첫 출근했는데 펑펑 울었다’ A씨는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좋은 기회로 구한 직장에 처음 출근한 날이라고 했습니다. 회사에 도착한 그는 여느 신입사원처럼 이메일 계정을 만들고 명함도 신청하며 들뜬 마음으로 근무를 시작했다는데요.

그러던 중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야 할 일이 생겨 정말 오랜만에 다음 계정에 접속했다고 합니다. 수년간 묵혀둔 메일함이라 온갖 광고와 스팸 메일들이 가득 쌓여있었죠. 그걸 싹 다 지우고 있는데 ‘내가 쓴 메일함’이 궁금해 클릭해봤다고 합니다. 그 순간 눈에 들어온 한 통의 메일.

19년 전 A씨가 아버지께 보낸 메일

2001년 A씨가 아버지에게 쓴 메일이었습니다. 기억조차 안 날 정도로 한참 철 없을 때, 이메일이란걸 처음 접했을 때 쓴 메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뭔가 할 말이 있어서 쓴 편지라기보다는 그냥 신기함에 아무렇게나 쓴 글 같았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아빠! 엄마가 등록시켜줘서 내가 메일을 보내게 되었어요. 요즘 아빠에게 떼를 쓴 것 죄송합니다. 그런데 메일을 보내보니까 정말 재미있어요. 아빠 직장을 잘 다니시는지 궁금하네요. 아빠 힘내세요. 아빠 화이팅!’

울컥했습니다. 아버지는 A씨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암에 걸리셨다고 합니다. 그 후로 3년 동안의 투병 생활을 하시다가 끝내 돌아가셨다고요. A씨는 “그때 부모님이랑 떨어져 지내면서 늘 하던 전교 1등도 놓치고 왕따도 당했다. 말할 사람도 없고 폭식으로 살만 엄청 쪘었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실망만 시켜드린 것 같아서 항상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고 고백했습니다.

아버지가 건강하실 때 보냈던 자신의 메일을 보자 문득 ‘답장이 왔었나?’ 싶더랍니다. 그래서 첫 출근임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메일함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멈칫. 아버지의 답장을 발견한 순간을 두고 A씨는 “심장이 덜컥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고 적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열어본 메일에는 이런 말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A씨의 아버지가 보낸 답장

‘사랑하는 ○○아. 어느새 아빠에게 메일을 보낼 만큼 자랐구나. 아빠는 너무나 자랑스럽단다. 제일 처음 쓰는 메일을 아빠에게 보내주어 참 고맙구나. ○○이랑 하루종일 함께 있지 못하지만 아빠도 늘 너를 생각하고 있단다. 즐거운 방학을 보내고 아빠랑도 멋진 추억을 보내자꾸나. 사랑한다. 화이팅!’

A씨는 아버지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자신을 지켜봐 주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자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화장실로 뛰어가 소리를 삼킨 채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그는 “사실 아버지라는 존재가 추억으로만 남아있었기에 졸업할 때나 군대 갈 때 원망스러운 마음이 컸다”고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아들 첫 출근 잘하라고, 하늘에서 편지를 보내주신 것 같아 너무 감사했다네요. 그리고 글 말미에 “19년 만에 아버지께 답장을 보낸다”며 이렇게 썼습니다.

‘아버지 저 잘 컸어요. 늘 지켜봐 주시는데 몰라서 죄송해요. 보고 싶어요. 나중에 아버지랑 꼭 소주 한 잔 하면서 어리광부리고 싶어요. 사랑해요 아빠’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