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안 좋아 잘리더라도 팬들이 즐길 수 있는, 눈을 뗄 수 없는 공격 축구를 강조하고 있죠.”
1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2 수원 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마지막에 웃은 건 이날 올 시즌 첫 홈 승리를 거둔 기업구단 제주였지만, 화끈한 공격축구로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단연 수원 FC였다. 올 시즌 처음으로 수원 FC 지휘봉을 잡아 프로 감독으로 데뷔한 김도균(43) 감독은 끊임없이 전방으로 나아가는 본인만의 ‘공격축구’ 철학으로 지난해 8위에 그친 팀을 현재 4위(승점 9·3승 3패)의 호성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날도 수원 FC는 90분 내내 제주를 밀어붙였다. 슈팅 숫자(17-9)가 거의 두 배였고, 유효슈팅(4-2)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플레이가 하프라인에서 제주 진영 쪽에서만 진행될 정도였다.
물러서지 않고 오직 전방으로 향해 슈팅까지 마무리 짓는 ‘돌격형 축구’엔 김 감독의 철학이 담겨있다. 수원 FC는 올 시즌 5라운드까지 패스 9위(평균 293.2개)에 불과하다. 패스 성공률도 낮다. 하지만 연결되는 패스는 효율적으로 상대 골문을 겨냥한다. 키패스(평균 8.8개) 유효슈팅(평균 5.4개) 득점(평균 2득점)이 모두 리그 1위인 게 이를 방증한다.
결과적으로 패배한 경기였지만, 확신에 찬 김 감독의 모습은 ‘패장’같지 않았다. 그는 “패스 성공률이 떨어지는 대신 후방에서 센터백끼리,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사이에 주고 받는 패스는 다른 팀 절반”이라며 “볼을 끊어냈을 때 전방으로 연결해 슈팅까지 잘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하고자하는 축구가 구현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분석했다.
이날 한 가지 아쉬웠던 건 골이었다. 수원 FC는 경기 초반 제주 김영욱에게 허용한 깜짝 헤더 골 이후 소나기 공격에도 득점에 실패했다. K리그2 우승 전력으로 꼽히는 기업구단 제주의 끈질긴 수비와 골키퍼 오승훈의 슈퍼 세이브를 결국 넘어서지 못했다. 경기에선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골은 더 중요하다. ‘꾸역승’으로라도 승점을 따내야 성적이 쌓인다. 하지만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수원 FC가 가고자 하는 철학을 구현한 선수들에게 흡족해 했다.
김 감독은 “많은 찬스에도 득점을 하지 못한 게 패인이지만 경기운영은 생각한대로 잘했다”며 “전체적으로 내용이 괜찮았고 제주 선수들이 뛰는 양에서 저희보다 못했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 수원 FC 상승세의 비결은 공격부터 수비까지 연결된 ‘척추 라인’ 선수들의 좋은 컨디션이다. 북한 국적의 ‘인민날두’ 안병준(30)은 6경기 6골 2도움으로 대전 하나시티즌의 안드레와 함께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드필더 마사(25)는 중앙 공격이 주요 공격루트인 수원 FC에 없어선 안 될 선수다. 현란한 드리블과 돌파, 패스로 전방의 안병준을 지원한다. 재일교포 3세인 안병준과 일본인 마사의 대화가 원활한 것도 두 선수 간 찰떡 호흡의 비결이다.
김 감독은 “마사와 안병준의 콤비네이션 플레이가 좋다. 제가 강조하는 게 공격 전환이 빠른 축구인데, 국내선수가 못하는 역할을 마사가 해주고 있다”며 “지시할 때 마사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안병준이 통역해주기도 한다”며 흐뭇해했다.
여기에 수비진에선 센터백 조유민(24)이 경기당 평균 인터셉트(1위), 차단(1위), 공중 경합(2위)에서 모두 K리그2 최고의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인터셉트나 제공권 뿐 아니라 전방으로 패스를 뿌려주는 부분에서 역할이 크다”며 “측면 수비가 안정되면 더 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귀포=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