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색인종과 여성 중심 영화를 외면해 ‘백인 남성들의 잔치’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다양성’과 ‘포용성’ 기준이 추가될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해외 언론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다양성과 포용성 기준을 포함한 새 수상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아카데미는 이에 따라 7월 중 관련 태스크포스(TF)팀 구성을 완료하고 세부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카데미상은 미국은 물론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이다.
최근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며 불붙은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과 맞물린 구상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공영라디오 NPR은 “흑인 남성 사망 사건 여파로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아카데미가 수상 자격 기준과 관련해 새로운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카데미상은 그간 흑인 등 유색인종과 여성이 만들고 주연한 영화를 외면해 ‘백인 남성들의 잔치’라는 오명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가령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흑인이 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은 단 6차례였으며, 수상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 2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 등을 석권했지만, 당시 시상식에서 연기 분야 후보에 오른 흑인 배우는 단 1명에 불과했다.
돈 허드슨 아카데미 최고경영자는 “그동안 아카데미가 약진했지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다양성의 문제는 긴급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우리는 아카데미상 규칙과 절차를 수정해 모든 목소리가 반영되고 축하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다만 다양성 기준을 추가하기까지 세부사항 논의에 시간이 걸려 올해 아카데미상에 출품된 영화에는 새 기준이 적용되지 않으리라고 보인다고 전망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