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던 트럼프 도박, ‘어두운 악몽’ 됐다

입력 2020-06-14 10:46 수정 2020-06-14 11:56
NBC방송, 싱가포르 북·미 회담 2주년 비판적 평가
트럼프, 한·미 훈련 양보만 하고 받아낸 건 없어
북한, 싱가포르 회담 이후 핵·미사일 역량 늘려
“북한, 미국 대통령 만나는 것 더 이상 큰 일 아냐”
11월 미국 대선 앞두고 북한 도발 가능성 우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렸던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를 하기 위해 상대방 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 핵 폐기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미국 NBC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BC방송은 이날 ‘아름다운 친서들(beautiful letters)에서 어두운 악몽(dark nightmare)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도박은 어떻게 파산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주년을 맞은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 타결의 기대감을 키웠으나 현재로선 어두운 악몽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취소 등을 포함한 양보들을 북한에 취했으나 그가 북한으로부터 받은 것은 거의 없다고 NBC방송은 지적했다.

북한은 오히려 핵과 미사일 역량을 늘렸다. 특히 미국 전문가들은 올해 11월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우려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NBC방송에 “북한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8개 이상의 핵무기를 추가로 제조했을 수도 있다”면서 “아마도 10월에 (북한의) 기습 도발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NBC방송은 싱가포르 회담 2주년 기념일이던 지난 12일 리선권 북한 외무상이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힘을 키우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폐기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나눴던 ‘달콤한 협상(sweet talk)’은 거의 진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보 당국자들과 민간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호전적인 언사와 북한의 핵실험은 중단됐으나 김 위원장은 핵탄두와 이를 운반할 미사일 제조를 결코 멈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도시까지 도달해 파괴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완성에 한층 더 다가가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불법 정권(outlaw regime)’의 지도자와 최초로 직접 만나 합법성을 부여했다고 NBC방송은 비난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NBC방송에 “이른바 정상회담의 목표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이어 “북한에게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더 이상 큰 일이 아니다”면서 “(북·미 정상 간 톱다운 외교가 실패하면서) 다음 미국 대통령은 더욱 힘든 상황이 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트위터에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싱가포르 회담) 그 이후 정보 당국의 평가와 상업 위성 사진 등을 통해 우리가 파악한 것은 북한이 핵분열 물질과 미사일 생산 등을 확대하고 개선해왔다는 것”이라며 “그들(북한)은 아마도 8개 이상의 핵무기를 추가로 제조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군사 훈련을 계속하는데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하면서 오히려 한국에 대해서는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비용을 더 지불하라고 압박했다고 NBC방송은 비판했다.

NBC방송은 북·미 대화가 좌초되면서 북한이 11월 3일 미 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 대통령을 응징(punish)하기 위해 도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