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계 경찰 아냐”…해외 미군 감축 우려 ‘여전’
“위협 받으면 행동 주저 안해”…북한 ‘경고’ 분석도
트럼프 미국 육사 졸업 연설…‘갈등’ 에스퍼 장관 불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우리는 끝이 없는 전쟁의 시대를 끝낼 것”이라며 “대신 (우리는) 냉철하게 미국의 필수적인 이익을 지키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많은 사람들이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오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미군의 책무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세계 경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주에 위치한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임무는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지, 먼 나라에서 끝없는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고, 독일 주둔 미군에 이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주목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의 적들에게 알리겠다”면서 “우리 국민이 위협받는다면 우리는 결코 행동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우리가 싸운다면 우리는 싸워서 이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북한을 향해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발을 시도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 나라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미군의 책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주둔 미군 감축을 대선용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이 세계 경찰이 아니다”라는 오랜 소신을 거듭 역설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웨스트포인트에서 1000명이 넘는 신임 장교들에게 행한 연설은 미국이 주독미군 9500명을 감축하겠다는 보도 이후에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 11일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한국·일본·아프가니스탄·이라크·시리아에서 미군을 데려오기를 원한다”고 말한 것은 엄청난 충격파를 몰고 왔다. 한국을 직접 거론함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나의 행정부는 엄청난 미군 재건에 착수했다”면서 “오랜 기간 예산이 극심하게 삭감되고 군이 끝없는 전쟁으로 인해 완전히 고갈된 끝에, 지구상 가장 막강한 전투력에 2조 달러(2400조원) 넘게 투자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현역병과 주 방위군·예비군이 “이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움을 돕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를 “중국이라고 불리는 먼 땅에서 우리나라에 온 신종 바이러스”라고 규정하며 ‘중국 책임론’을 빼놓지 않았다.
한편 이번 웨스트포인트 졸업 연설은 흑인 사망 항의 시위를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군 수뇌부 간 갈등이 최고조로 달한 상황에서 이뤄져 관심을 모았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투톱은 불참했다. 에스퍼 장관은 1분 정도의 짧은 화상 축사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218년 웨스트포인트 역사상 첫 흑인 교장에 취임한 대릴 윌리엄스 중장의 안내로 교정에 들어섰으며 30분 동안 진행된 연설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연설 후에는 임관하는 흑인 졸업 생도가 대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칼을 선물로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육사 졸업식에서 연설한 것은 처음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