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존엄 모독했는데…” 옥류관 주방장 ‘망언’에 진중권이 한 말

입력 2020-06-14 07:12 수정 2020-06-14 08:20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연일 쏟아내고 있는 맹비난에 대해 “전·현직 청와대 참모들이 한마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그는 “왜 나만 갖고 그러냐”며 뼈있는 농담을 던지며 자신을 비판했던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저격했다.

진 전 교수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봉수 옥류관 주방장이 대외선전매체 ‘오늘의 조선’을 통해 문 대통령을 겨냥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상스러운 폭언으로 남조선 절대존엄을 모독했는데, 온몸으로 각하를 지키던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 한 말씀 하셔야죠”라고 비아냥댔다.

진 전 교수는 “그날 냉면이 맛이 없었다든지, 옥류관 냉면이 대단하다는 생각은 당신들 뇌피셜이라든지, 박수 좀 쳐 줬더니 정은이가 꽃을 다 꺾었다든지”라는 예시를 들며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는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진중권씨의 뇌피셜’이라고 한 발언과 신동호 현 청와대 연설비서관의 ‘꽃(진보가치)을 피워야 할 당신이 꽃을 꺾고 나는 운다’고 한 발언을 비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예시에 대해 ‘농담’이라고 웃어넘긴 진 전 교수는 “이건 국가원수에 대한 외교적 실례이기 때문에 누군가 북에 대해 점잖게 한마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또 “남북관계의 진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그런 무례한 언동은 도움이 전혀 안 되며, 북한도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대접받고 싶으면 외교적 언사도 정제할 필요가 있고”고 덧붙였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신 무슨 의원이더라? 초월방지법, 보헤미안단속법, 심판금지법 얘기를 했던 분”이라며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저격했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선 곤란해도 의원 개개인은 아무래도 부담이 덜 하지 않겠나”라고 한 진 전 교수는 “대통령 비판은 자유이나 ‘품위와 예의’를 갖추라고 북에 촉구하는 글 하나 써 올리는 거 어려울 것 같지 않은”라고 했다. 앞서 신 의원은 진 전 교수의 ‘문 대통령이 남이 써준 연설문을 읽는 의전 대통령 같다’고 지적하자 “난사 수준의 침 뱉기다. 국민대표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품격과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었다.

진 전 교수는 이같은 주장과 함께 북한 대외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을 통해 오수봉 옥류관 주방장이 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공유했다. 오 주방장은 2018년 정상회담 당시 만찬을 준비했던 인물이다.

오 주방장은 이날 매체를 통해 “평양에 와서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며 “이제 당장이라도 달려나가 그 더러운 똥개무리들(탈북민 단체)과 그것들의 망나니짓을 묵인하며 한 짝이 돼 돌아친 자들을 몽땅 잡아다가 우리 주방의 구이로에 처넣고 싶은 심정”이라고 비난했다. 옥 주방장은 또 “오늘은 또 우리의 심장에 대못을 박았으니 이를 어찌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19일 평양을 방문해 옥류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오찬을 했다. 특별수행원으로 따라온 여야 3당 대표와 재계 총수들도 옥류관에서 만찬을 즐겼다. 당시 김 위원장은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편한 맘으로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나란히 앉아 평양냉면을 먹는 모습은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리선권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장(현 외무상)이 같은 테이블에 앉은 재계 수장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도발자들을 징벌하는 무자비한 보복의 철추’라는 정세론 해설을 공개했다. 이 해설엔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 한미군사훈련보다 위험하다”며 “존엄과 생명이 엄중히 위협당했을 때 인간의 증오와 격분은 극도로 폭발된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또 북한이 지난 9일 남북 통신망을 모두 끊은 것을 언급하며 “남조선 당국자들은 구구한 변명으로 이 고비만 넘기고 보자는 막연한 짓거리, 시간이 흐르면 사태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어리석은 망상을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한다”며 “세상천지가 열백번 변한다고 해도 절대로 변할 수 없는 것이 최고존엄을 모독한 범죄자들에 대한 우리의 치솟는 적개심”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13일 오후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도 한국 정부를 향해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며 “우리는 2년 전과도 많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으며 계속 무섭게 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조미(북미) 사이의 문제, 더욱이 핵 문제에 있어서 논할 신분도 안 되고 끼울 틈도 없는 남조선 당국이 조미 대화의 재개를 운운하는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치는데 참 어이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 1부부장도 담화를 통해 군사행동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김 제1부부장은 “남조선 것들과 확실하게 결별할 때가 된듯하다”며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해 대적사업 연관 부서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했다.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한 김 제1부부장은 “말귀가 무딘 것들이 혹여 ‘협박용’이라고 오산하거나 나름대로 우리의 의중을 평하며 횡설수설해댈 수 있는 이런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