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제주 유나이티드의 주민규(30)와 수원 FC 안병준(30)이 낯을 가렸다. 연속골을 넣고 있던 선수들 간의 첫 만남이 화제가 됐지만, 나란히 무득점에 그치면서 K리그 역대 최다 8경기 연속골 기록 경신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제주는 1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2 수원 FC와의 6라운드 홈 경기에서 김영욱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 0 신승을 거뒀다. 제주는 승점 3점을 추가하며 중간 순위 3위(승점 10점·3승1무2패)로 올라섰고, 수원 FC는 4위(승점 9점·3승3패)로 한 단계 떨어졌다.
이날 경기는 물오른 골 감각으로 매 경기 골을 넣고 있던 1990년생 동갑내기 주민규와 안병준의 만남으로 주목 받았다. ‘인민날두’ 안병준은 이날 경기 전까지 5경기 연속골로 6골을 몰아넣으며 대전 하나시티즌의 안드레(6골)와 K리그2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 현대에서 이적한 주민규도 3경기 연속골로 4득점하며 기세를 올렸다.
이에 김도훈 울산 감독과 황선홍 대전 감독이 작성한 K리그 역대 최다 8경기 연속골 기록을 두 선수가 경신할지 여부가 K리그2 무대의 화제가 됐다. 하지만 좁은 간격을 유지하고 경기장 전체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진 경기 내용 속에서 두 선수는 나란히 침묵하며 연속골 기록을 마감했다.
수원 FC는 전반 초반 수비라인을 올리고 제주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안병준은 제주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지속적으로 오승훈 골키퍼에 압박을 가하는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마사도 오프사이드로 선언되긴 했지만 전반 11분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강력한 슈팅을 시도해 크로스바를 맞추며 제주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 골은 제주에서 나왔다. 전반 14분 수원 FC 진영 왼쪽에서 정우재가 올린 크로스를 침투한 김영욱(29)이 점프한 뒤 높은 타점에서 가볍게 돌려놓아 오른쪽 골 망 구석을 갈랐다. 김영욱이 전남에서 제주로 이적한 뒤 성공시킨 첫 번째 골이었다.
실점 이후 수원 FC는 고삐를 더 쥐었다. 볼은 거의 하프라인을 넘지 못하고 제주 진영에서 돌았다. 특히 드리블러 마사를 앞세운 중앙 공격이 수원 FC의 활로였다. 전반 29분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수비 3명을 한 번에 제치고 마사가 날린 강력한 슈팅이 오승훈 골키퍼의 선방에 막힌 장면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원 FC는 파상공세에도 후방으로 물러서 뒷문을 단단히 잠근 제주의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고 결국 0-1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전반을 마쳤다.
김도균 수원 FC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정우를 빼고 다닐로를, 후반 5분엔 최종환 대신 이지훈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제주 골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렸지만 소득이 없었다. 후반 10분 이날 활발한 몸볼림을 보인 마사가 또 다시 중앙을 돌파해 우측 전방의 안병준에게 연결했지만 안병준의 시도한 컷백이 제주 수비에 막히며 동점골 득점에 실패했다.
주민규는 후반 64분 우측에서 김영욱이 올린 크로스에 넘어지면서 머리를 대 방향을 바꿔내며 골 망을 갈랐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졌다. 비디오 판독(VAR)을 거치고서도 판정이 바뀌지 않아 제주의 쐐기골과 주민규의 4경기 연속골 기록은 아쉽게 무산됐다.
수원 FC는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이지훈이 우측면을 돌파해 올린 크로스를 김건웅이 환상적인 다이렉트 발리로 연결했다. 하지만 볼이 아쉽게 오승훈의 손과 크로스바를 맞고 나가며 결국 무릎을 꿇었다.
서귀포=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