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사과 안 한 ‘창녕 계부’, 태연하게…“혐의 대부분 인정”

입력 2020-06-13 17:28 수정 2020-06-13 20:12
창녕 아동학대 계부가 13일 오전 경남 창녕경찰서 별관 조사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9세 딸의 손가락을 프라이팬으로 지지는 등 잔혹한 학대를 일삼은 계부가 태연하게 경찰 조사를 받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계부 A씨는 이날 경남 창녕경찰서에서 진행된 2차 조사에서 학대 혐의에 대해 상당수 인정했다. 경찰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던 1차 조사와 달리 A씨가 적극 협조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현재 변호인 입회하에 진술 녹화실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쇠사슬, 프라이팬 등 학대 도구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경찰은 학대 동기가 일부 확인됐으나, 아직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 3시 기준) 전체 수사의 10~20%가량 조사됐다”며 “수사가 장시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르면 13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A씨는 앞서 오전 10시55분쯤 창녕경찰서로 연행됐다.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그는 시종 고개를 숙인 채 조사실로 향했다. A씨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딸에게 미안하지 않느냐’ ‘혐의를 인정하느냐’ ‘범행 동기가 무엇이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A씨의 주거지에서 추가 압수품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박스 2개 분량이었으며, 물품은 학대 도구로 사용된 빨래 건조대 등이었다.

애초 A씨는 지난 11일 소환될 예정이었으나 다른 자녀들에 대한 법원의 임시 보호 명령에 반발해 자해하다가 응급입원하면서 늦춰졌다. A씨와 함께 딸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친모 B씨(27)는 건강 문제로 이날 조사를 받지 않았다. B씨는 현재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도내 한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고 있다. 정밀 진단이 끝나면 약 2주간의 행정입원을 거쳐 조사를 받게 된다.

피해 아동은 지난달 29일 잠옷 차림으로 집에서 탈출해 창녕의 한 도로를 뛰어가다가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B씨와 C씨는 딸을 쇠사슬로 묶거나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발바닥을 지지는 등 고문 같은 학대를 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