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와 태국 등이 한국 등을 중심으로 외국 관광객의 입국 허용을 준비 중이다. 협정을 맺는 국가간 상호 입국을 허용하는 조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중단됐던 외국 관광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13일 인도네시아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해양·투자조정부의 오도 마누후투 관광담당 차관은 전날 화상 기자회견에서 “현재 외교부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호주 등 4개국을 대상으로 ‘트레블 버블(travel bubbles)’을 디자인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트레블 버블은 협정을 맺은 양국 간에는 서로 입국을 허용하는 조치로, 거품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외부와는 왕래를 차단하는 개념이다. 이는 관광 다리(Travel Bridge), 코로나 통로(corona corridors)로도 표현된다.
이러한 협정을 맺으려면 상대방 국가가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다는 능력을 인정하고, 신뢰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 오도 차관은 “인도네시아와 4개국 간 여행 허용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기준이 나오면 각각의 나라와 협상한 뒤 2∼4주면 트레블 버블을 시행할 수 있을”이라고 설명했다. 오도 차관은 “인도네시아와 여행 재개를 모색하는 많은 국가의 요청이 있었지만, 이들 4개국을 먼저 선택했다”며 “이들 4개국의 관광객 수가 많고, 인도네시아 경제에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지난 2월 5일부터 모든 여객기의 중국 노선 운항 전면 중단했다. 이어 3월 20일부터 모든 외국인의 무비자 입국·도착비자 발급을 중단했고, 4월 2일부터 단기체류비자(KITAS) 등 소지자를 제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 금지를 시행했다. 이같은 조치로 인도네시아의 4월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30만명에서 올해 16만명으로 87.4% 급감했다.
인도네시아 관광여행사협회는 현재 180개 관광지와 232개 관광 마을이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직원 140만명이 해고됐거나 휴직 상태이며, 가이드 등 비공식 근로자 30만명 이상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1000명 안팎을 이어가고 있다. 누적 확진자 수는 3만6406명이고, 사망자는 누적 2048명이다.
태국 정부도 한국을 비롯해 코로나19 사태 통제가 모범적인 국가들과 제한적으로 여행을 자유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간 방콕 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코로나19 상황관리센터는 전날 회의에서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통제한 국가들과의 여행 자유화 조치인 ‘트레블 버블’을 원칙적으로 승인했다. 세부 시행 시기는 미정이다.
이 같은 조치를 제안한 아누띤 찬위라꾼 보건부장관은 “트래블 버블에 따른 입국자는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입국 전과 입국 직후 건강 상태를 철저하게 체크해야 하지만 격리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누띤 장관은 또 구매력이 크고 동선 파악이 쉬운 골프 관광객, 기업인, 의료 관광객 등이 우선 고려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레블 버블 추진 대상 국가로 한국,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 일본,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와 일부 중동 국가들을 언급했다. 아누띤 장관은 오는 26일 개최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화상 정상회의 및 관련 회의에서 국가 간 여행 제약을 완화하는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