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창녕 소녀 큰아빠 회신에 감동한 네티즌

입력 2020-06-13 08:57 수정 2020-06-13 09:05
MBC 뉴스 화면 캡처

경남 창녕에서 부모에게 잔인한 학대를 당했던 9살 소녀가 가고 싶다고 했던 ‘큰아빠네 집’ 이른바 위탁가정에서 다시 아이를 보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누군지 모르지만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고 있다. 감사 댓글은 릴레이처럼 이어져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MBC는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의 잔인한 학대를 견디다 못해 도망친 경남 창녕 피해 아동을 A양(9)을 보호하는 경상남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말을 인용해 A양이 가고 싶어 했던 큰아빠네, 이른바 위탁가정에서 A양을 보호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12일 보도했다.

박미경 경남 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아이를 보호할 수 있다고 하셨다.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구조 당시 A양은 “집에 가기 싫다. 큰아빠, 큰엄마에게 데려다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이 말한 큰아빠 집은 친척 집이 아닌 위탁 가정이었다.

앞서 SBS는 지난 10일 A양의 친어머니가 지난 2015년부터 2년 동안 아동복지 기관을 통해 A양을 경남의 다른 가정에 위탁했다고 보도했다. 셋째를 낳은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가정에 맡긴 것이다.

A양은 이 위탁가정을 큰 아빠네 집이라고 불렀다. A양이 탈출을 감행한 뒤 가고 큰 아빠네 집에 가고 싶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관장은 “자기가 엄마 집에 있다가 위탁가정에서 지금까지 자라오면서는 그때만 그래도 안 맞고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도 다른 아동을 돌보고 있는 이 위탁 부모는 A양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다시 보호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 것이다. 지난 11일 병원에서 퇴원한 A양은 쉼터에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 화상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관장은 “(아이에게) 집에 혹시 가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그랬는데 전혀 안 가고 싶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A양이 부모와 같이 있지 않겠다는 분리 의사를 밝힌 만큼 위탁가정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포털사이트 댓글 화면 캡처

소식을 접한 한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누군지도 모르는 위탁 부모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해당 댓글 아래엔 무려 200개에 육박하는 대댓글이 달렸다. “내가 다 감사하다” “위탁 부모가 있어 아이가 탈출할 수 있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감사 인사드린다”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앞서 지난달 29일 A양은 온몸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 맨발로 경남 창녕의 거리를 배회하다 시민의 신고로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머리에는 피가 났고 손에는 심한 물집이 잡혀 있어 오랜 학대에 시달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 당시 A양은 경찰에 “계부가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졌고 2018년부터 최근까지 상습적으로 학대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A양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도 “부모가 평소 쇠사슬로 된 목줄에 묶어뒀다가 청소나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할 때 풀어줬다”고 진술했다.

“집에 있는 몽둥이 같은 것으로 맞았다” “욕실에 물에 머리를 잠기게 해 숨을 못 쉬게 했다” “부모가 자주 밥을 주지 않았다” 등의 진술을 하기도 했다. 실제 A양은 병원에 옮겨졌을 때 빈혈증세가 나타나 수혈을 받았다.

경찰은 지난 5일 A양의 집을 압수수색해 A양이 언급한 학대 도구인 쇠사슬과 막대기, 프라이팬 등을 압수했다. 이후 해당 물품이 학대에 사용된 것이 맞는지 A양에게 확인하고 있다. 의붓 아버지인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딸이 말을 듣지 않아 혼을 낸 적은 있지만 학대한 적은 없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학대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하고 친어머니 C씨도 조사 중이다.

A양의 의붓동생 3명 역시 정신적 학대 우려로 부모와 떨어져 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이들 부부는 아이들을 분리 조치하려 하자 자해‧투신 소동을 벌여 응급입원 조처됐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퇴원하는 대로 경찰에 소환해 다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인터넷에는 A양의 친어머니인 C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올린 게시물이 퍼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큰 딸이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둘째, 셋째가 요청해 용서해줬다’ ‘이 동생들이 너무 예쁘고 착하게 잘 크고 있어 위안을 받는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A양을 잔인하게 학대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어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