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플로리다 등 5개주 ‘최대 격전지’
트럼프·바이든, 격전지 승리 위해 ‘사력’
바이든 앞서지만 ‘전국 단위’ 여론조사 ‘무의미’ 반론도
미국 정치에서도 지역적으로 지지 정당이 확연히 갈린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州)들은 ‘붉은 주(Red State)’로 불린다. 민주당 텃밭 주들은 ‘푸른 주(Blue State)’다. 공화당·민주당의 상징색을 따라 지어진 별명이다.
공화당 우세 24개주…민주당 우세 23개주 ‘팽팽’
대체적으로 공화당은 농촌 지역이, 민주당은 도시 지역이 정치적 근거지다.
지리적으로 공화당 강세지역은 내륙에, 민주당 우세지역은 태평양과 대서양의 해안가에 각각 위치해 있는 것도 특징이다.
미국 전체 50개 중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실시된 4번의 대선에서 모두 공화당이 승리한 주는 22개에 이른다. 민주당은 16개주다.
그렇다고, 공화당 우세지역이 많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4번의 대선 중 민주당이 3번 이긴 주는 7개주다. 반면 공화당이 3번 승리한 주는 2개주다.
공화당·민주당이 2004년부터 실시된 4번의 대선 중 3번 이상 승리한 주로 기준을 바꿀 경우 공화당은 24개주, 민주당은 23개주가 되는 셈이다.
2004년 이후 치러진 4번의 대선에서 2승 2패를 기록한 주는 플로리다주·오하이오주·아이오와주 등 3개주에 불과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간의 무역전쟁에서 농산물 수출에 목을 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자신의 지지기반인 농민 표를 의식한 조치다.
지역적 기반만을 놓고 보면, 공화당·민주당의 우열을 가름하기 힘들다. 이는 잦은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1960년 대선 이후 50년 동안 한 정당이 대선에서 3번 연속 승리한 것은 1980년·1984년·1998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3연승했던 사례 1번밖에 없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재선을 했고, 그를 이은 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단임 대통령을 지내며 공화당이 12년 동안 연속 집권했던 것이 유일한 예다.
그 외에는 공화당·민주당이 한 번 또는 두 번 연속 대선에서 승리한 뒤 백악관을 상대방에게 넘겨줬다.
‘러스트벨트’ 3개주·‘캐스팅보트’ 2개주가 승부 가른다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는 한국과 매우 다르다. 한국은 대선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미국에선 주(州) 단위의 개표 결과에 대선 승패가 좌우된다. 주 단위 선거 결과를 개별적으로 집계해 이를 모은 뒤 전국적으로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한 후보가 대선 승리자가 된다.
여기에서 가장 큰 특징은 각 주에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것이다. 이른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제도다. 미국 전체 50개주 중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들에서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각 주의 선거인단 수는 사실상 인구 비례로 결정된다. 전체 선거인단 숫자는 538명이다. 이에 따라 과반인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백악관을 차지한다.
올해 대선에서 최대 격전지는 미시간주·펜실베이니아주·위스콘신주·플로리다주·오하이오주 등 5개주가 꼽힌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이들 5개주에서 전승을 거둔 것이 대선 승리의 결정타 역할을 했다. 올해 대선에서도 이 다섯 개주의 승패가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들 주의 정치적 성격은 다르다. 미시간주·펜실베이니아주·위스콘신주는 ‘러스트벨트(쇠락한 철강·제조업 지역)’이다. 이들 3개주는 전통적 민주당 강세지역이었으나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적적으로 승리한 주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텃밭이었던 이들 3개주에서 모두 1% 미만의 초박빙 표차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
반면 플로리다주·오하이오주는 대선 향방을 결정짓는 ‘캐스팅보트’와 같은 주들이다. 이 주들은 공화당·민주당 한 쪽으로 기울지 않은 특징을 갖고 있다.
1996년 대선 이후 플로리다주·오하이오주에서 이겼던 후보들이 모두 백악관을 차지했다. 플로리다주·오하이오주는 2004년 이후 실시된 4번의 대선에서 공화당·민주당이 각각 ‘2승 2패’를 거두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은 델라웨어주에서 정치 경력을 쌓았으나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난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바이든이 노동조합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점도 러스트벨트 탈환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보호 무역 정책을 펼치는 것도 러스트벨트 지역의 철강·제조업 노동자의 표심을 의식한 조치다.
또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열기로 11일(현지시간) 확정한 것도 플로리다주에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들 5개주는 선거인단 수도 많다. 플로리다주(29)·펜실베이니아주(20)·오하이오주(18)·미시간주(16)·위스콘신주(10) 순이다.
주(州) 단위가 중요…전국 단위 여론조사는 ‘무의미’ 주장도
현재까지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이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전국’ 단위의 여론조사는 미국 대선에서 무의미하다는 반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州)’ 단위 선거 결과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는 괜한 착시 현상만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주에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제도 때문에 민심의 왜곡이 발생하기도 한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 실제 총 득표수에서는 앞섰지만, 선거인단 숫자가 뒤져 백악관을 놓친 경우는 5번 있었다. 1824년·1876년·1888년·2000년·2016년 대선이 그랬다.
특히 2016년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보다 무려 286만 8686표를 더 받았으나 선거인단 득표 수에서 뒤졌다.
텃밭에서는 압승을 거두고 주요 주에서 박빙의 표차로 졌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의 286만 표 격차는 총 득표수에선 앞섰던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했던 5번의 경우 중 득표 차가 가장 컸던 경우로 미국 역사에 기록됐다.
올해 대선에서도 총 득표에선 앞선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 대선에서 가장 선거인단이 많은 주는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다. 55명의 선거인단을 갖고 있다. 이어 텍사스주(38명)가 2위다. 플로리다주와 뉴욕주는 각각 29명의 선거인단이 있어 공동 3위다.
반면, 알래스카주·델라웨어주·몬태나주·노스다코타주·사우스타코타주·버몬트주·와이오밍주 등 7개주와 수도 워싱턴DC는 가장 적은 3명의 선거인단을 보유하고 있다.
참고로, 각 주의 선거인단 수는 각 주에 배정된 연방 하원의원 숫자와 연방 상원의원 숫자의 총합이다.
미국의 전체 연방 하원의원은 435명. 하원의원은 각 주의 인구 비례로 숫자가 결정된다. 각 주에 할당된 대선 선거인단이 인구 비례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는 여기서 나온 것이다.
상원의원은 전체 100명이지만, 각 주마다 2명씩 배정된다.
미국 건국 과정에서 인구 숫자가 적은 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하원은 인구 비례로, 상원은 인구 구분 없이 ‘2명’이라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의 총합은 535명인데, 대선 선거인단 숫자가 538명이 된 것은 연방 상·하원의원이 없는 수도 워싱턴DC에 3명의 대선 선거인단을 별도로 부여했기 때문이다.
워싱턴DC는 상원의원은 아예 없고, 하원에는 의원이 아닌 1명의 대표자가 있으나 법률에 대한 투표권이 없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