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거나 의심 상태에서 사망한 환자의 시신을 친인척 등이 강탈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안타라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오토바이 택시를 운행하는 DAW(이니셜·39)는 지난 3일 동부 자바 수라바야 길에서 강도를 만났다.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크게 다친 그는 병원에 이송돼 4일 만에 숨졌다.
이 과정에서 DAW는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 검사를 받았으며 사망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코로나19 보건지침에 따른 시신 처리 절차를 밟기로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가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시신을 병원에서 강제로 가져가 장례를 치렀다. 이 과정에서 동료인 고젝(Gojek)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 동료 수백명이 “일반 매장을 하겠다”며 병원 영안실에 난입해 시신을 빼앗아가는 소동을 빚었다.
결국 장례는 일반 매장으로 치러졌고, 이후 PCR(유전자증폭) 검사에서 그는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수라바야 보건당국은 조문객을 상대로 진단 검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3일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술라웨시섬 마카사르의 병원에 수백 명이 난입해 중환자실에 있던 코로나19 감독 대상(PDP) 시신 한 구를 탈취해갔다. PDP는 급성 호흡기 질환을 앓는 환자로 코로나19 환자일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코로나19와 관련된 장비 부족으로 PCR 검사가 지연돼 결과를 받아보기까지 일주일에서 보름 이상 걸린다. 병원 측이 시신을 코로나19 보건지침에 따라 처리할 계획을 세우자 가족이 들이닥친 것이다. 병원 측은 “흉기를 든 사람도 있어 시신 탈취를 막을 수 없었다”며 “유혈사태를 피하고자 시신을 그냥 내줬다”고 밝혔다.
7일 마카사르의 또 다른 병원에서도 150여명이 들이닥쳐 PDP 시신을 강제로 가져가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군·경 합동팀이 출동해 이를 저지하려고 했지만 결국 시신을 빼앗겼다.
코로나19 보건지침에 따라 시신을 처리하면 유가족은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없어 유족 주도로 ‘시신 강탈’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건 당국과 병원의 승인 없이 코로나19 추정 사망자의 시신을 가져가는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라며 “지역 사회에 코로나19가 전파될 위험이 있기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족자카르타 주립대학교 사회학과 아미카 워드하나는 “전통적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죽음은 삶에서 중요한 단계로 여겨진다”며 “코로나19 보건지침 매장 방식은 간단하고 신속하기에 문화적으로 무례할뿐더러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