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여자 오토바이 묶어 ‘질질’ 끌며 채찍질한 케냐 경찰

입력 2020-06-12 15:52 수정 2020-06-12 17:51
강도 용의자라는 의심을 받는 21살의 케냐 여성이 오토바이에 묶여 비포장도로 위를 끌려가는 모습. 지난 7일 케냐 서부 나쿠루주에서 발생한 이 사건으로 경찰 3명이 잔혹 행위를 이유로 체포됐다. 이들은 이 여성에게 채찍질을 가하기도 했다. 트위터 캡처

케냐의 한 여성이 강도 용의자로 몰려 경찰 오토바이에 손이 묶인 채 흙바닥을 끌려다니고 채찍질을 당하는 영상이 SNS에 공개돼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영국 BBC방송은 11일(현지시간) 이 사건에 가담한 케냐 경찰관 3명이 이날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경찰관 3명 중 1명이 여성을 오토바이에 묶어 끌고 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SNS에 올렸다. 다른 경찰 1명은 “살려달라”는 여성의 호소에도 많은 사람 앞에서 이 여성을 채찍질했다.

사건은 지난 7일 케냐 서부 나쿠루주(州)의 올렝구루네 마을에서 강도 용의자로 몰린 머시 체로노(21)라는 여성을 상대로 일어났다. 오토바이에 묶여 비포장도로를 끌려닌 체로노의 바지와 속옷은 무릎까지 끌려 내려왔다. 그는 끌려다니던 와중 자비를 호소했지만 경찰관들이 듣지 않았다며 “무슨 잘못을 저질러 이런 처벌을 받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의 학대는 지켜보던 시민들이 항의해 끝이 났다.

다리가 부러진 체로노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이 오토바이에 묶여 끌려가는 1분30초쯤 되는 동영상을 보고는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리 키냔주이나쿠루 주지사는 이 영상에 대해 “경찰의 행동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야만적 행동이 경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용의자들이) 법정에서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지 도피처가 돼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엔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케냐 경찰에 의한 구타와 실탄 및 최루탄 사용, 성폭력, 재산 피해 등 광범위한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봉쇄령이 선포된 후 케냐 경찰에게 목숨을 잃은 이들이 15명에 달한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