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거 “코로나19로 중소구단 타격…부익부 빈익빈 심화”

입력 2020-06-12 15:30
아스널 감독 재임 시절의 아르센 벵거 감독. AP뉴시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사상 유일했던 아스널의 무패우승을 이끌었던 아르센 벵거(70) 전 감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축구계가 상위리그와 하위리그 사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내놨다.

벵거 감독은 지난 9일(현지시간)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강자는 강해지고 약자는 약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상위 클럽과 하위 클럽 사이 차이가 커질 수 있다. 상위권 구단은 경제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하부리그 구단들은 큰 고통을 받을 것”이라면서 “진짜 문제는 상위 레벨 구단들이 아니라 하부리그”라고 말했다.

벵거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축구계의 ‘거품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일부 상위 구단에 투자가 몰리고 이적시장 규모 역시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면서 여기 소외된 리그와 구단들이 몰락, 결국 축구계 전체가 피해를 입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현재도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국제축구발전 담당관(chief of global football development)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벵거 감독은 “리그 내에 긴급자금을 조성해 생존 위기에 놓인 구단을 도와야 한다. 유소년 축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자금도 마련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7일 EPL 재개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반응은 세계 최고”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특히나 잉글랜드에서는 관중 없이 열리는 경기가 온전치 못한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리그에 비해 EPL에서 잉글랜드 축구팬들이 선수의 몸동작이나 득점 하나하나에 보이는 반응이 워낙 열광적이기에 무관중 경기로 인한 허전함이 더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벵거 감독은 “팬이 없는 축구는 진짜가 아니라는 걸 깨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축구 경기는 두 가지 요소로 나뉜다. 경기장의 선수들과 팬이 첫번째고, TV로 축구를 보는 이들이 두번째”라면서 “관중들이 경기장이 아닌 집에 머물러야 한다면 첫번째 요소 중 일부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관중으로 경기가 치러질 경우 상대적으로 중소구단들이 대형구단보다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형구단과 붙을 때 중소구단들이 내부적으로 동기부여를 갖기가 쉽지 않다”면서 “그 차이를 줄이려면 팬들의 응원과 열정을 경기에 끌어들여야 한다. 그런 분위기가 상대 선수와 심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