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군 쇠젓가락으로 발바닥을 지지는 등 9세 딸을 학대한 경남 창녕의 20대 여성 A씨가 지역 맘카페에서 활동한 것으로 12일 드러났다. A씨는 이 카페에 올린 다수의 글에서 둘째·셋째·넷째 딸에 대한 애정을 자주 드러냈다. 피해 아동인 첫째 딸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A씨는 대구와 창녕 지역 맘카페에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카페의 활동명은 달랐으나 모두 ‘딸 4명의 엄마’라는 뜻이 담겨있었다. 프로필은 두 카페 모두 아이들 사진이었다. 그중 한 사진에는 남편도 등장한다. 남편의 무릎에 둘째·셋째가 앉아 있고, 피해 아동인 B양(9)은 그 옆에 앉아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리고 있는 사진이다.
A씨는 각 카페당 60개 안팎의 글을 올렸다. 대구 카페에 처음 글을 올린 것은 1월 23일이었으며, 마지막 글은 지난달 14일에 게시됐다. 창녕 카페의 경우 첫 글은 1월 3일에, 마지막 글은 이달 1일에 작성됐다. A씨는 게시물에서 주로 남편과 딸들을 언급했다. 둘째 딸의 생일, 결혼기념일, 넷째 출산 등 다양한 소식이 글에 담겼다. 넷째 딸의 출산 직후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둘째·셋째 딸의 사진도 카페에 올라왔다. A씨가 쓴 ‘저녁 대충’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 밥상 사진과 함께 둘째·셋째의 손, 다리 등이 나온다. A씨는 이 글에서 “라면 먹고 낮잠 주무시는 첫째 빼고, 밥 같이 먹자며 9시까지 기다리라는 신랑 빼고 오순도순 식사합니다”라고 했다.
둘째와 셋째가 테라스에서 비눗방울 놀이를 하는 사진도 있었다. 이 테라스는 B양이 쇠사슬에 묶여 이틀간 지낸 곳이다. A양은 탈출에 성공한 지난달 29일 이 테라스에서 난간을 타고 옆집으로 이동했다.
100개가 넘는 게시물 중에서 B양에 대한 글은 딱 1건뿐이었다. 2월 16일 ‘나를 칭찬해’ 게시판에 올린 ‘첫째를 용서한 것을 칭찬해요’라는 제목의 글이다. 그는 “며칠 전 첫째가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너무 화가 나 말도 안 하고 냉전상태로 지냈는데 오늘 둘째·셋째가 ‘엄마, 언니 한번만 용서해주세요’라고 해서 첫째를 용서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길 바란다’면서 있는 힘껏 첫째를 안아줬다”며 “첫째를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린 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사람의 게시물에 단 댓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첫째만 초등학생이고 둘째·셋째는 유치원생인데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안 보낼까 싶다. 태어난 지 이제 3일 된 신생아가 있는데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B양이 탈출한 후인 지난 1일에는 둘째와 셋째가 입던 오리털 패딩 점퍼를 필요한 사람에게 무료로 나눠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A씨의 글을 본 네티즌은 “글만 보면 멀쩡해 보여서 더 소름 끼친다” “첫째가 너무 불쌍하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경남지방경찰청과 창녕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B양에게 글루건을 쏴 발등 화상을 입히거나 달군 쇠젓가락으로 발바닥을 지지는 등의 학대를 저질렀다. 계부와 함께 B양을 쇠사슬로 묶어두거나 욕조에 물을 받아 숨을 못 쉬도록 머리를 누르기도 했다.
B양은 경찰 조사에서 3~4년 전부터 혼날 때마다 맞았다고 진술했다. 다만, 집중적인 학대는 1월 말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와 남편 C씨(35)를 상습 학대(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B양과 의붓동생 3명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