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꿍딴지] 깡·깡·깡·깡·깡·깡·깡, 회사에서 7깡 해봤다

입력 2020-06-13 06:10

“너 오늘 3깡 했어?”

평소와 다름없는 회사 퇴근길, 그날도 어김없이 지옥철을 탔어. 그러다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앳된 친구들이 나누던 대화가 귀에 들어왔어.

“오늘 3깡 했냐? 꼬만춤 너무 중독성 있어”
“당연하지. 새벽깡도 했어”

1일 3깡? 꼬만춤? 새벽깡? 세상에. 요즘 가수 비의 노래 ‘깡(GANG)’이 유행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1일 3깡은 말그대로 하루에 깡을 세 번 듣는거래. 주위를 둘러보니 깡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 깡은 어쩌다 퇴근길까지 접수했을까. 꿍금한 건 참을 수 없지. 꿍미니가 간다!


깡(GANG), 도대체 뭐길래

사실 깡은 비가 3년 전 발매했다가 큰 호응을 얻지 못한 비운의 망작이야. 깡의 춤, 가사, 리듬 그리고 콘셉트까지. 과하고 촌스럽다는 평가가 있었거든.

당시 사람들은 조롱도 일삼았어. “불호의 명곡이다” “시대를 뒷선 노래다”라는 댓글을 달면서 말이야. 깡 덕분에 비는 “시대를 거슬리게한 남자”라는 수식어까지 얻게 됐지.

근데 웬걸, 처음엔 놀림감이었던 깡은 입소문을 타더니 알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했어. ‘1일 3깡’이라는 신조어도 이때 만들어졌어. ‘깡팸’(깡을 좋아하는 사람들) ‘식후깡’(식사 후 깡 노래 듣기)도 마찬가지고. 백문이 불여일견. 한번 감상해봐.



♪ 따따딴 따딴. 스웩을 뽐내 WHOO! 후배들 바빠지는 중! 30 sexy 오빠! 화려한 조명이 나를 비추네~ ♪ (노래 가사 中)

어때? 중독적 비트에 심장이 요동치니? 그런데 있잖아. 내가 비라면, 아무리 노래가 유명해졌다고 해도 조롱 댓글은 기분 나쁠 것 같아. “시대를 거슬리게 한 남자” 음… 이게 욕인가, 칭찬인가 싶겠지.

근데 한번 ★월드스타★는 영원한 월드스타인가봐. 비가 최근 MBC ‘놀면 뭐하니?’에 나와서 이 부분에 대해 직접 말했더라고. 뭐라고 했냐고?

"더 놀려주세요. 깡팸들, 1일 7깡은 해야죠~" MBC '놀면 뭐하니?'캡처

“더 놀려주세요. 깡팸들, 1일 1깡도 모자라요. 1일 7깡은 해야죠.”

진짜 쿨내나지? 이 때부터였어. 사람들도 비의 대인배적 모습에 호감을 느꼈나봐. 깡의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기하급수적으로 파바바바바박 치고 올라갔어. 조회수가 자그마치 1413만회. 어마어마한 그 숫자. 상상이 돼?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 ‘꿍미니도 1일 7깡 도전해봐?!’ 그러면 알게 되겠지. 깡이 사람들의 퇴근길까지 접수한 이유를.

1일 7깡을 하면서 드는 생각: 나 뭐하고 있는거지? 그래, 난 일하고 있는 중이야.

1일 7깡 도전 시작!

1깡. 출근깡 [오전 9:00]
9시 정시 출근. 노트북을 열어보자. 유튜브에 깡 뮤직비디오를 검색하고 클릭. 제대로 본 건 처음이야. 앗, 근데 (두리번 두리번) 뭔가 창피해. 2000년대 초반으로 RAIN님 혼자 타임슬립을 한 듯한 이 느낌. 새우깡, 감자깡은 7번 먹을 수 있지만…. 7깡 할 수 있을까.

2깡. 오전깡 [오전 10:00]
두 번째 깡. 심호흡하고 출발. 비트, 가사, 안무 어느 하나 빠짐 없이 과해. 어, 뭐지? “♪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 ♪ ” 갑자기 발라드로 급전환? 혼란이야.

3깡. 식후깡 [오후 12:30]
밥도 먹었으니 새로운 시도를 해볼까. 유튜브는 댓글 보는 재미가 있잖아. 세상에나, 이걸 왜 지금 봤을까. “너무 유명해서 껑 쳐도 나오네” “화려한 조명 평생 압수” “님아 그 깡을 건너지 마오” 여기 댓글 맛집이었네.

4깡. 오후깡 [오후 2:00]
깡이 익숙해지기 시작했어. 중독성도 있고 계속 들으니 노래가 꽤 좋아. 옆자리에 계시던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 선배님께 조심스레 깡을 권해봤어. 깡 처음 보는 선배님, 적잖이 당황하신 눈치였어. 깡 재생 버튼(▶) 클릭. 선배님 왈. “오, 생각보다 괜찮은데?”


5깡. 회의깡 [오후 3:00]
점점 깡팸이 돼가고 있어. 이제 비의 ‘꼬만춤’ ‘꾸러기 표정’ 등 포인트도 짚어낼 수 있어. 나도 모르게 피식 피식 웃음이 나와. 얼굴도 본 적 없는 수많은 깡팸들과 어떤 연대감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6깡. 휴식깡 [오후 5:00]
깡팸이 된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지. 깡춤을 직접 춰봤어. 이왕 할 거 어깨뽕도 넣고 RAIN 모자도 준비했지. (종이로 오려붙였어). 그리고 깨달았지. 보기엔 우스워도 어려운 춤이구나. 역시 RAIN님은 춤신춤왕. 그냥 깡 패러디 영상으로 만족하련다.

7깡. 퇴근깡 [오후 6:00]
퇴근하는 길 엘리베이터에서 깡을 틀었어. “♪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 ♪ ”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고 있어. 촌스러웠던 노래 비트도 이제는 신나게 들려.

인턴 3개월 차 이것만은 확실히 깨달았다. 심각한 몸치라는것을.

왜 1일 7깡에 환호할까

1일 7깡을 하고 나니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중독적 비트, 느낌 있는 춤사위, 월드 스타 비 브랜드 가치. 과연 이것만이 깡의 열풍을 이끌어냈을까?

꿍금한 건 못 참는 인턴 꿍미니들. 바로 교수님께 연락했지.

“과거 우리는 지상파에서 만든 콘텐츠를 즐기는 단순 소비자였어. 그런데 이번 깡 열풍은 완전 그 반대야. 디지털에 익숙한 10대, 20대들이 먼저 깡 유행을 만들었지. 그 뒤에야 ‘놀면 뭐하니?’와 같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시청자들의 기류를 따라간거고.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소비자가 아니야. 생산자지.”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박진규 교수)

실제로 깡 열풍을 이끈 장본인은 누군지 알아? 바로 10대, 20대 유튜버들이야. 우리는 그 중에서도 호박전시현(10대 고등학생 유튜버)과 효크포크(20대 유튜버)와 이야기를 나눴어. 두 사람 모두 깡이 유행하기 전부터 패러디 영상을 올렸어. 조회수는 무려 300만. 자, 감상해봐. 요즘 애들이 깡을 즐기는 법이야.





사실 처음에는 큰 기대 안했어. 그런데 웬걸? 어설픈데 잘춰. 비현실적인 어깨뽕. 종이로 오려붙인 RAIN 모자. 가수 비만의 스웨그까지. 생각보다 진지하고 생각보다 잘해서 웃음이 났어.

이들에게 물었어. “왜 깡춤 영상을 올렸나요?”

“시작은 단순했어요. 깡 뮤직비디오를 보고 반했어요. 중독적인 비트에 어느새 세뇌된 느낌?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과 장난으로 깡춤을 따라췄어요. 그 모습을 친구가 유튜브에 올렸고요. 그 때부터 영상이 빠르게 공유됐고 댓글도 수백개 달렸죠. 다른 인기 유튜버들도 깡춤을 패러디하기 시작했고요” (호박전시현)

“처음에 호박전시현님의 영상을 보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이끌렸어요. 그날부터 ‘깡’이 너무 마려워서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재치 있는 유튜브 댓글들도 한 몫 한 것 같아요. 오랑우탄춤, 베놈춤, 꼬만춤, 꾸러기 표정 등 이런 용어도 다 네티즌들이 만든거예요” (효크포크)

이런 문화 현상을 ‘밈(MEME) 현상’이라고 한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는 콘텐츠를 네티즌들이 마구마구 소비하는 거야. SNS 상에 공유되는 유행어, 짤들처럼 말이야. 디지털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능력이 생겼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재밌는 문화를 발굴하고 자신들만의 색으로 재탄생시키는 능력. 미디어의 발달은 젊은 세대들이 대중 문화를 가지고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준거지.

2000년대 슈퍼스타 비 모습. 태양을 피하는 방법 그리고 It's Raining. 유튜브 캡처

교수님은 이런 말씀도 하시더라. “깡이 조롱으로 시작한 건 시대적 배경도 한 몫했다.”. 오잉, 이건 무슨말이지?

비는 2000년대 초초초 슈퍼스타였어. 검은색 선글라스에 근육질 몸매, 파워풀한 댄스까지. 강렬하고 열정 넘치는 마초남 느낌이었지. 당시 사람들은 이 모습에 열광했고.

사실 깡 뮤직비디오 속 비의 모습도 그때 당시와 다를 바 없어. 그런데 2020년, 지금의 눈으로 깡을 본다면? 뭔가 웃기고 과한 느낌이 들지. 근육질 마초남은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남성상인 꽃미남 이미지와는 좀 거리가 있으니까. 젊은 세대들에겐 이 포인트가 웃겼나봐. 그래서 ‘시대를 거슬리게 한 남자’라는 조롱도 붙은 거고.

주중에는 3깡, 주말에는 7깡. 일주일 총합 29깡. MBC '놀면 뭐하니?'캡처

그런데 말이야. 여기서 비가 네티즌들을 명예훼손죄로 고발했다면 어땠을까.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가 됐겠지. 그런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지. 교수님은 “MBC ‘놀면 뭐하니?’의 기획력도 신의 한수였다”고 하셨어.

“깡 밈은 자칫하면 조롱이나 악플 등 부정적인 현상으로 갈 수 있었어. 그런데 ‘놀면 뭐하니?’ 김태호PD가 영리하게 해결했지. 비를 데려다 놓고 ‘깡 조롱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며 정면 돌파한거야. 비도 대인배처럼 쿨하게 받아들였고. 전 국민의 놀이가 되도록 판을 만들어준거지”

꿍미니 후기

결국 깡 열풍을 이끈 것은 MBC ‘쇼 음악중심’ 무대도, 유명 기획사의 마케팅도 아니야. 네티즌들의 무궁무진한 재치,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 조롱을 유머로 받아들인 비의 대인배 면모. 이 삼박자가 딱 맞아 떨어진 거지.

1일 7깡 도전한 꿍미니들. 가수 비님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로 마무리할게.

김유진: “깡으로 시작해서 태양을 피하는 방법, 널 붙잡을 노래 등 옛날 노래까지 정주행했어요. 유튜브의 알수없는 알고리즘이 절 인도한걸까요? 제2의 전성기 축하드립니다!”

김지은: “RAIN님, 보고 계세요? 1일 7깡하고 저도 깡팸 됐어요. 조롱을 재치있게 넘어간 모습 너무 멋있어요. 싹3(싹쓰리)도 기대할게요!!!”

김유진,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