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카드 국내 승인액 증가세 전환
재난지원금, 생활 속 거리두기 영향
그러나 해외 코로나19 불안 계속
美 증시 폭락에 코스피도 급락
내수가 조금씩 기지개를 펴는 상황에 해외에서 악재가 터져 나오며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달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은 두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재난지원금이 풀리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데 힘입었다. 사람들이 외출을 하고 소비에 나서면서 국내 경제에 서서히 온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도사리고 있던 대외 변수가 고개를 들었다. 미국 증시가 ‘코로나 2차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우려로 폭락하자 국내 주식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주요 교역 대상국의 코로나 사태와 직결된 수출 부진 현상도 심각해지고 있다.
기재부가 12일 발표한 ‘6월 경제동향’의 내수 속보지표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 승인액, 백화점 매출액, 국산 승용차 판매 등이 회복세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 3월 카드 국내 승인액은 전년 대비 -4.3%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전환했다. 한 달 뒤인 4월도 -5.7%를 기록했다.
그러나 5월 카드 국내승인액은 5.3% 늘어나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백화점 매출액 또한 감소폭이 축소됐다. 2~4월에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했던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달 -9.9%를 기록했다.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11.6%였던 증가율이 5월 14.0%로 커졌다.
5월부터 14조3000억원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멈췄던 경제도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내수가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재부는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 위축세가 완만해지고, 고용 감소폭이 축소되는 등 실물경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해외 코로나19 확산이 좀처럼 진정되지 못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큰 악재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23억달러로 전년 대비 20.2%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조업일수(8일)가 이틀 많았기 때문이다. 조업일수 차이를 반영한 1일 평균 수출액은 15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지난 4~5월 수출액도 두 달 연속 20%대 감소세를 보였다.
금융시장도 불안하다. 간밤 미국 증시는 5~6%대 폭락하며 마감했다. 뉴욕 증시는 연방준비제도(Fed)가 부정적인 경제 전망을 시사하고, 미국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자 주저앉았다.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해 가던 국내 증시도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88.54포인트(4.07%) 떨어진 2088.24로 거래를 시작해 개장과 동시에 2100선을 내주고 추락했다. 장중 내내 2~3% 하락한 선에서 지수가 맴돌고 있다.
다만 급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단기 조정은 있지만 지난 3월과 같은 급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각국이 실시한 정책 패키지는 유례없는 수준이며 증시안정펀드도 대기하고 있어 아직 유동성은 풍부하다. 쏠림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어서 팬더멘털과 미래 성장성을 함께 점검해야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