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손 복귀 토트넘, ‘입방정’ 알리에 또 근심

입력 2020-06-12 12:37 수정 2020-06-12 15:33
지난 3월 잉글랜드 FA컵 5라운드 노르위치시티와의 경기에 출전한 델레 알리. 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재개를 앞두고 주포인 해리 케인과 손흥민의 가세로 힘을 받을 것처럼 보이던 토트넘 홋스퍼가 다시 고민에 빠졌다. 미드필드의 주요전력인 델레 알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동안 벌인 경거망동으로 재개 첫 경기부터 출장금지 징계를 받아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축구협회(FA)가 대면 교육프로그램 이수와 함께 5만 파운드(약 7600만원)의 벌금과 1경기 출장금지 징계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알리가 지난 2월 SNS 스냅챗에 올린 동영상에서 코로나19 관련해 아시아 인종을 모욕하는 영상을 올린 일에 대한 징계다.

FA는 “알리가 모욕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한 일은 악의적 의도보다는 미숙한 판단으로 인한 어리석음으로 벌어진 일이었다”며 알리의 행동이 고의가 있었다기보다 판단 미숙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더타임스는 “이번 사건으로 선수들은 사적 게시물이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걸 자각함과 동시에 게시물을 신속히 삭제하고 사과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생겼다”고 평했다.

알리는 FA의 결정 뒤 따로 입장을 내 “모욕을 느꼈을 이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러스를 가지고 매우 사려 깊지 못한 농담을 했다. 이제 그 바이러스는 앞서 전혀 상상 못했던 규모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FA가 내 행동이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고 판단해줘서 감사하다. 나는 그 어떤 인종차별도 경멸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신경 써야 한다”고도 말했다.

알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지난 2월 6일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두바이로 향하던 중 마스크를 낀 채 친구들과 코로나19 관련 농담을 하면서 기침을 하는 아시아 인종 남성을 영상으로 찍어 스냅챗에 올렸다. 논란이 되자 영상은 금세 삭제됐다. FA는 해당 영상을 올린 행위가 인종이나 피부색, 국적 등에 대한 걸 명시 혹은 암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알리가 빠질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는 토트넘에 매우 중요한 일정이다. 앞서 케인과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지고 난 뒤 리그가 중단되기 전까지 6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다. 중단 직전 경기였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RB라이프치히 전에서는 한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받던 상대에게 0대 3 굴욕패를 당했다. 두 선수가 중단기간 동안 모두 회복했기 때문에 맨유와의 경기에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 상대 맨유 역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4위 자리를 차지해야 하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는 처지다.

중요 경기를 앞두고 미드필더의 중심축인 알리가 빠지면서 토트넘은 근심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엄청난 활동량으로 중원을 장악하며 때로 공격까지 나설 정도로 강력한 전력인 탓이다. 지오바니 로셀소나 탕귀 은돔벨레, 제드손 페르난데스 등 대체 자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알리의 빈 자리를 완벽히 메울만한 수준은 아니다. 토트넘은 현재 유로파리그 진출권이 걸린 7위 자리를 놓고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아스널과 승점 1~3점 차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